미국 하원이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맺는 법안을 채택한 것은 중국의 세계시장 진입에 마지막 장벽을 허문 조치다. 그러나 경제적 차원을 넘어 미국이 오랜 ‘중국견제’ 정책을 폐기한 사실이 훨씬 큰 상징성이 있다. 중국으로서는 냉전시대는 물론, 19세기초 아편전쟁 이래 서구열강의 침탈과 차별에 시달린 수난의 시대를 벗어나 세계무대의 완전한 주역으로 복귀하는 역사적 전기로 평가된다.이렇게 중차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미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관련법 자체가 냉전의 수단이었던 점에 근거한다. 미국은 공산국가에 무역 최혜국(MFN)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인권상황 등 정치적 요건과 연계시켜 왔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냉전종식후에도 해마다 인권상황 등을 심사한뒤 한시적으로 최혜국 대우를 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번 조치는 이런 냉전적·정치적 견제수단을 포기, 중국과 아무런 조건없이 다른 나라와 대등한 정상 무역관계를 갖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스스로 이번 조치를 30년전 닉슨 행정부가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을 국제정치 무대에 받아들인 이후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의 국제무역질서 편입과 시장개방으로 미국이 얻을 경제적 이익이 크지만, 집권 민주당이 한층 완강하게 고집해온 중국견제 수단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중국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당위성을 인식한 결과다. 중국의 대두를 더 이상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속으로 끌어들여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일대 전략변화인 것이다.
중국은 다양한 시장개방 조치를 대가로 이번 조치를 끌어내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크게 높였다. 200년 가까이 지속된 수난과 고립을 완전히 벗어나, 국력에 걸맞은 세계무대의 주역자리를 공인받은 셈이다. 이같은 중국의 위상과 미-중 관계의 획기적 변화는 국제질서와 동북아정세 안정에 도움이 돼 우리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과 무역질서 재편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게 됐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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