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당정회의에서 여당측이 재경부 장관 등 정부간부들을 대놓고 “실패한 관료”라며 매섭게 다그쳤다고 한다. 최근 경제불안과 관련해 당국의 무능력을 힐난하는 당의 강도높은 비판에 좌석한 관리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위기론마저 나온 최근 혼란 기류속에서 정부당국자들이 보인 일련의 행태들을 보면 그 어떤 질책을 받아도 싸다. 책임자들의 갈팡질팡하는 말바꾸기와 중구난방식의 정책혼선, 보신주의에 급급한 소극적 대응 등 여당측의 이날 지적은 구구절절 옳은 것이다. 앞서 대통령이 “국민들이 국정의 피로감에 젖어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었나 싶다.
시민들은 이날 당정회의 소식에 속시원해 하는 표정들이다. 오랜만에 정치권이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어 제몫을 한 것 같다는 지적들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적반하장”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이 정부관료들을 무작정 매도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권도 최근의 사태확산에 공동책임이 있다. 정책당국이 중심을 못잡고 오락가락할 때 국회의원들은 무얼 했는지 우선 자성해 볼 일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치권은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있었다면 진작 대책을 촉구하고 강구했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최근의 경제혼란에는 총선 후유증도 적지않게 작용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하기야 15대 국회가 총선후 임기도 채우지 않고 서둘러 ‘파장’했으니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하는게 애당초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정치권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관리들에 대한 질책도, 면피성 홍보로 오해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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