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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체계적 방지책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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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체계적 방지책 마련돼야

입력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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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가정폭력국제회의' 개최지난달 8일 오후 8시께 인천의 한 가정집. 퇴근한 남편 A(45)씨는 이웃집에 아이들을 맡긴 뒤 현관문을 잠궜다. 아내 B(42)씨의 팔과 다리를 운동기구에 고정시킨 뒤 발길길을 가했다. 머리카락을 잘랐고, 끓인 물을 끼얹는가 하면 심지어 분해한 전선으로 전기충격까지 가했다. “바람 피운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고문은 이웃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2시간여 만에 끝났다. 그러나 아내는 이후에도 옆에 사람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있다.

IMF를 전후해 급증하기 시작한 가정폭력이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상담소의 92.9%가 IMF 이후 가정폭력이 증가했다고 보고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가정폭력 발생률은 31.4%. 미국(16.1%) 일본(17%) 등 외국에 비해 거의 2배가량 높다.

가정폭력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져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행하는 폭력, 부모가 자식에게 휘두르는 폭력 등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되는 가정폭력의 90% 이상이 아내에 대한 폭력이다. 1998-1999년 2년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사례의 97.5%가 남성 가해자였고, 90.7%가 배우자에 의한 폭력이었다.

보건복지부 주최로 24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막, 25일까지 계속되는 ‘통합적 가정폭력 대응전달 체계 수립을 위한 국제회의’에서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가정폭력 예방 및 대응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박경숙(朴慶淑)경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가정폭력 정책과 서비스전달 체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가지 정책적 제안을 내놓았다. 박교수는 “여성피해자들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으며 지속적·포괄적이지 못한 서비스를 받고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 손질 가정폭력에 신속하고 적합한 대응을 위해 관련 법의 미흡한 부분은 즉각 손질해야 한다. 즉 아내와 자식을 폭행한 남편이 임시보호조치에 불응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 상담소, 쉼터, 가해자를 위한 보호시설, 타 사회서비스 시설 등을 양적으로 늘려야 한다. 가정폭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피해자나 가해자를 위한 전문적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예산 증액 여성의 전화, 상담소, 쉼터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늘어나야 한다. 의료 및 법률기관에 대한 비용 보상도 정부차원에서 지원돼야 할 시점이다.

문화적 변화 국민 검찰 경찰 교사 의료기관 종사자와 가정폭력과 관련된 다른 전문직을 교육시키고 가정폭력을 예방하기위한 노력들을 확대하는게 바람직하다.

박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분명한 통합적 가정폭력 서비스전달 모형이 존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한국상황에 맞는 지역사회개입 모델을 하루속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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