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에서 사이몬스터까지늘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신선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작가 이불. 그녀가 6월 2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1998년 아트선재센터에 이어 국내에서는 2년 만에 갖는 전시회.
이번 전시회에서 이불은 왜, 그리고 어떻게 해서 백남준에 이어 자신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가가 되었는가 때론 섬뜩하고 때론 화려한 이미지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정한 제목을 단 주제전은 아니다. 1987년 ‘몬스터’에서 1996년의 ‘사이보그’, 지난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사이몬스터’, 그리고 1998년의 ‘플럭서스’(Plexus·신경망)까지 그녀가 최근 10여년간 작업해왔던 주요 작품들을 주제별로, 한자리에 모아 이불이란 작가의 작업을 일별하고, 또 그 변화를 음미할 수 있게 꾸몄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올해와 지난해 각각 완성한 ‘Featuring Cymonster’와 ‘Amaryllis’이다. 아마릴리스는 백합과의 꽃 이름이자 이탈리아말로 ‘아름다운 아가씨’란 뜻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불완전한 몸으로 지지대에 의해 간신히 바닥에 놓여있는 ‘사이보그’가 여성적 이미지였다면, 흡사 신에게 저주받은 듯, 몸은 물론 얼굴까지 상실한 불완전한 모습으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그로테스크한 ‘사이몬스터’는 여성은 물론 남성의 이미지도 혼성해 풍기고 있다. 실리콘으로 만들었던 사이보그에 비해 폴리우레탄과 알루미늄 선을 이용해 만든 사이몬스터는 덜 징그럽지만 흉칙스러움은 그대로이다. 이불은 “고통의 인간사를 베이스로 한 복합적 라인”이라고 밝혔다. 또 드로잉 28점을 내놓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이외에도 여인의 몸을 빌어 표현한 ‘플럭서스’는 가슴속 오색찬란한 시퀸(반짝이)의 키치적 작업을 통해 인간의 육체가 갖고 있는 관념의 세계를 드러내준다.
미국 근대미술관(MoMa)에서 생선 썩어가는 냄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노래방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으로 도발적 메시지를 던졌던 ‘여전사’ 이불. 그녀는 청룡열차 타는 기분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태? “으아아” 소리치며 중간쯤 올라왔다고 했다. 긴장상태를 벗어나 지금은 어떻게 하면 최고로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내릴때면 아마 섭섭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퐁피두센터, 상하이 비엔날레, 오스트리아 루드비히 미술관, 독일 ZKM, 체코 프라하 국립미술관 등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 일정을 예약해놓고 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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