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이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없다’.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골적 성적표현이 담긴 프로그램을 심야시간에만 방송토록 규정한 1996년의 연방 ‘통신법’ 505항이 미 헌법수정 제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는 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2일 케이블 TV 공급자와 운영자들에 대해 밤 10시~오전 6시 사이에만 음란 프로그램을 방영토록 한 연방법에 대해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덜 제한적인 조치로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대체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며 찬성 5, 반대 4로 이같이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플레이보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연방 통신법은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 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 따른 것으로, 1998년 델러웨어 연방법원은 심리에서 이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헌법학자들은 물론,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위헌 판결에 대한 찬반양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위헌 다수론을 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내용을 문제삼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드문 일” 이라며 “헌법수정 제1조는 ‘해악’에 대한 보다 조심스런 접근과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데이비드 허드슨 변호사도 “시청을 원치않는 케이블 비(非) 가입자를 위해 같은 연방 통신법내에 방송을 차단토록 요구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돼 있다” 며 “통신법 504항은 케이블 공급자에게 무료로 음란물 차단장치를 설치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합헌론자들은 연방법이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았으며, 이번 판결이 결과적으로 어린이를 ‘음란물의 볼모’로 잡아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합헌 소수의견을 낸 스테판 브레이어 대법관과 워싱턴 가정연구위원회의 재닛 라뤼 변호사는 “시청을 원하는 사람은 케이블 가입 등 더 나은 폐쇄적 환경하에서 다양한 TV 채널 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며 표현자유 침해론을 반박했다.
“미국사회가 플레이보이처럼 성에 노골적이지는 않다” 는 도널드 존스 마이애미 법과대학 교수의 지적처럼, 대다수 학자들은 최소한의 규제와 함께 자율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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