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시장이 우울하다.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위축돼 느끼는 심리적 영향으로 이해하기에는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 특히 최근 동향은 부유층의 거품소비는 여전한 반면 건전한 서민소비 기반이 위축되는 이른바 ‘소비 양극화’ 양상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업종별 현장 경기를 살펴봤다.◆부동산
최근 실물경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가 부동산이다. 수도권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용인지역의 경우 지난해 10월 수지지구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평균 5-10대 1을 육박했다. 당연히 1순위이고 청약통장도 1,00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 금호 벽산 등 유수의 건설사들조차 미달사태로 속앓이 중이다. 청약률은 3순위까지 밀려 20-80%에 머무는 실정. 이달 중순 용인 구성면의 H사 아파트 1순위 분양접수 결과 456가구 모집에 불과 22명이 지원, 관계자들을 아연케 하기도 했다.
◆자동차·가전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매달 10-20%씩 증가하던 판매증가율이 지난달 마이너스로 반전, 3월에 비해 21%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4% 감소한 것이다.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1톤트럭도 3월에 비해 37%나 판매량이 줄었고 지난해보다도 31% 감소했다. 대우차나 기아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주력 신차 매출격감에 울상이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이다.
그나마 중소 벤처기업들의 창업 붐으로 호황을 누렸던 강남일대 대리점들은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특판수요 감소와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외면으로 울상이다. 삼성 리빙프라자 선릉대리점 오종희 점장은 “가전경기의 대표적인 지표는 에어컨 매출인데 최근들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백화점·시장
백화점업계도 바겐세일 등으로 평년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하순이후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 서울 강남의 모백화점 관계자는 “경기에 가장 민감한 의류의 경우 이달 초까지 16.5%대의 매출신장률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절반 가까이 줄었고 가정용품은 오히려 12%나 하락했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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