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종승씨서양화가 이종승(55·서울 은평구 신사동)씨는 하루 10시간씩 작품에 매달리느라 2년째 요일을 잊고 산다.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2002점의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이 생활을 2년은 꼬박 더 해야할 터지만 완성될 작품만 생각하면 그는 힘이난다.
이씨가 월드컵을 기념하여 제작 중인 작품은 ‘카오스 2002’. 4호 크기의 유화군(群)으로 현재 500점쯤을 그려 4분의 1정도 작업이 끝났다.
이씨가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98년 초여름. 95년 개인전을 마치고 ‘원’을 주제로 한 그림을 구상하고 있던 차에 월드컵 개최 소식이 들렸다. 하필이면 축구였냐는 질문에 이씨는 “차범근이 나온 경신고 출신”이라며 짤막하게 웃는다.
작업실이 좁아 외부에서 작업을 해야하기에 이씨는 겨울에는 그림을 못그린다. 올해 들어서 속도가 점점 붙어 지난 달에는 100점 가까운 작품을 완성했다.
원을 중심으로 배경들을 조금씩 변용을 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어떤 날은 10점씩 그리기도 한다.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는 1,000점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제작비다. 중가(中價)의 재료를 쓴다해도 2,000점 정도를 그리려면 제작비만 해도 3,00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완성된 작품들은 일단 올 여름엔 일본 나가사키에서 내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작품이 모두 완성되면 상암경기장에 걸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이는 이씨는 월드컵 때 32개 참가국 대표들에게 자신의 작품 하나씩을 나눠줄 작정이다.
“그림 속의 원은 축구공인 동시에 나에겐 우주”라는 이씨는 “원 속에는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 불교적으로 말하면 겁(劫) 이전의 세계” 가 들어있다며 “한 편 작업이 흡좁하게 끝날 때마다 부처가 된 것처럼 편안하다”고 덧붙인다. 홍익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아내와 두 아들과 20년째 신사동에서 그림을 그리며 산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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