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이후 개점휴업상태였던 북미간의 접촉이 잇달아 재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금창리조사단의 23일 방북은 지난해 5월 1차방문조사 당시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예정된 수순이어서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이미 지난해 조사당시 핵시설이 아님이 밝혀진데다 그 이후의 각종 정보를 통해서도 별다른 특이징후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로마회담은 여러가지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게 외교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두달전 뉴욕회담이 진전없이 끝난 후 회동자체가 불투명하던 차에 남북정상회담 3주전에 재개된다는 일정이 갖는 의미다.
이번 회담은 뉴욕회담후 대미접촉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먼저 제의했다. 외교관계자들은 북한이 북미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테러지원국 제외를 요구하다 뉴욕회담이 중단된 후 먼저 회동을 요구한 데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한국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을 상대로 또다른 테이블을 펼침으로써 경제적 지원을 무기로 정치적 실리를 챙기려는 한국측에 대해 경제적 이득은 미국으로부터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 과시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역대 북미접촉이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로마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서방선진 7개국(G7)중 북한과 첫 외교관계를 수립한 후 외교적 리더십을 과시하고 싶은 이탈리아의 의욕과 이탈리아를 서방과의 관계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싶은 북한의 의도가 일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북식량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WFP) 본부가 로마에 있다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찰스 카트먼특사도 북미회담에 앞서 북·이탈리아 수교 담당자로 방북했던 람베르토 디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을 면담하고 WFP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같은 점들로 미루어 북한은 ‘밑져도 본전’인 로마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사전탐색하는 한편 테러지원국해제와 또다른 식량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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