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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468g 미숙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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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468g 미숙아 살려냈다

입력
200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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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 눈망울을 보고 결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헌신, 의료진의 노력이 우리나라에서 최저 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를 살렸다.3월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병원에선 아주 작은, 작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런 생명이 탄생했다.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였다. 468㎚. 정상적인 신생아의 체중이 3.5-3.6㎏이니 8분의 1 가량이다.

신생아 지원이는 28주 만에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그러나 지원이는 부모 최진욱(42·사업)씨와 강권순(38)씨, 그리고 중앙병원 신생아과 피수현 박사팀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하루하루 생명의 불꽃을 피워가며 몸무게를 늘려가고 있다.

그런 지원이는 태어난 이후 한동안 0.5㏄의 특수음식만을 먹어야 했다. 눈물 한 방울 정도다. 지금은 15㏄를 먹는다.

배가 고프면 손과 발을 꼼지락거리며 밥 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특수 섭생에서 얻는 모든 에너지를 오로지 숨쉬는 데 쓰고 있다. 미숙아망막증 등 숱한 위험도 겪었으나 이제는 1,220㎚으로 성장했다. 하루에 20㎚씩 커가고 있다.

지원이는 미숙아라고도 부를 수 없는 ‘초극저출생 체중아’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존에 성공한 최저 체중아다.

대부분의 미숙아 부모는 아이를 포기하거나 버리는데 어머니 강씨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지원이가 태어난 뒤 한달 동안 하루 24시간 곁에서 지키고 지켰다. 강씨는 “처음 지원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의 눈망울을 보면서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매일 가족과 함께 기도했다. 지금은 너무나 대견하고 예쁘기만 한 내 딸이다”고 말했다.

지원이는 쌍둥이 동생 혜원이와 함께 태어났다. 혜원이 역시 출생 당시 미숙아로 체중은 1,000㎚이었다. 혜원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정상 체중이 되어 23일 퇴원했다. 지원이 부모는 위로 열두살 먹은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몸무게 1,500㎚ 이하인 극저출생 체중아와 1,000㎚ 이하인 초극저출생 체중아의 경우 사망률은 매우 높다. 지원이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현재도 특수섭생을 하며 의료진의 보호를 받고 있다. 피박사는 “지원이의 생존 확률을 100%로 봐도 무방하다.

조만간 퇴원을 해 집에서 지낼 수 있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상당수 부모가 극저출생 체중아가 태어나면 경제적인 문제나 장애발생 등을 이유로 자의 퇴원해 결과적으로 아이를 죽음으로 내 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극저출생 체중아는 법적으로 자의퇴원을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현재 한 해 태어나는 60만명의 신생아 중 미숙아는 5만 여명.

피박사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미숙아를 포기해선 안된다. 의료기술이 발달해 극저 체중아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생명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는 MBC 이강국 PD팀이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제일 작은 아기’를 제작하면서 부터다.

지원이가 세상에 적응해 가는 감동적인 ‘생명 승리’의 과정과 우리 사회의 미숙아 실태 및 외국의 사례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6월2일 오후 9시55분 ‘MBC 스페셜’을 통해 방송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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