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년제로 재편하자"과외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교육에 관한 한 국가의 정책보다는 개인의 권리가 앞선다는 결정이다.
허둥대며 또 임시방편이나 만들어 적당히 지나가지 말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자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바람이다. 기왕에 터진 봇물 교육부 혼자 둑을 막느라 애쓰지 말고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자.
나는 교육이론을 전공한 교육학자도 아니고 우리나라 교육 행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더욱이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때문에 귀국한 이래 지금까지 자식을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있어 우리 교육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자격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어언 20년 남짓 교육에 몸담아왔고 가르치는 일에는 남달리 각별한 신경을 써왔던 바 이런 교육위기에 자신의 입장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침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에서도 상당 기간 교편을 잡았었고 귀국해서는 줄곧 서울대학교에서 연구와 교육을 해왔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6년 동안이나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사감으로 일하며 미국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생활하는지 지켜보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귀국 후 몇 년째 우리 나라에서 하버드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전담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제도와 우리 제도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늘 교육개선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해왔다.
나라 살림 중에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교육부총리를 세우겠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 신문에 실린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교육부의 입장, 그리고 TV 토론 등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을 보면 원칙적인 문제들은 대충 가닥이 잡힌 것 같다.
다만 원론적인 말만 많고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불만이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해오던 점들을 정리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음의 내용은 대부분 본인 혼자만의 생각을 묶은 것이다. 다른 이들과 그리 많은 토론을 거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교육행정가, 교육학자, 일선 교사와 교수,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 모두에게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 기존의 틀 속에서 안주하고 싶은 이들의 반론이 거셀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5-5-5년제를 큰 틀로◆
새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구조로 5-5-5제를 제안한다.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그리고 대학교 5년으로 재편성하자는 말이다.
현행제도에 비하면 2년 일찍 대학에 진학하여 1년 더 전문적인 대학교육을 받게 하자는 계획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하며 예전에 비하여 훨씬 일찍 성장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생물학적 요구를 보다 자연스레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도이다.
5-5-5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고등학교를 없애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고등학교에서 진정한 의미의 '고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벌어진 교실붕괴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입시위주의 교육방침이 우리 아이들을 고르게 바보로 만들고 있다. 새로운 지식의 탐구와 인성 교육은 뒷전이고 오로지 시험에 대비한 반복 훈련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체조선수를 만들고 싶지 않다. 코마네치가 만점을 받은 이후 체조경기는 실수가 거의 모든 걸 결정하는 종목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반복 연습을 거쳤어도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거품으로 사라진다. 우리 나라의 고등교육이 바로 이 지경이다.
뇌세포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그저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국가 전체로 볼 때 엄청난 손실이다.
학교 제도가 아이들의 성장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6년씩이나 초등학교에 묶어둘 까닭이 있는지 다시 검토해보자. 또 중고등학교 교육에 진정 6년이 필요한 것인지 분석해보자.
교육의 저질화는 대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실시한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전공에 편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잘 보완하며 꾸준히 밀고 나가면 곧 제자리를 찾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학문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지금처럼 2년을 이른바 탐색과정으로 보내고 나면 남은 2년으로는 충분한 전공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교수들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대학원 교육까지 저질화되고 있다. 학부에서 제대로 전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진학한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예전에 학부에서 하던 기본교육을 다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학부제를 실시하면 학생들이 자기 취향과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에 몸바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일시적이고 국부적인 현상인지는 모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전공상담교수로서 학생들과 얘기해보니 '인기 있는' 전공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서도 예전 대학생들처럼 제대로 놀아보지 못하다가 일단 전공이 확정되고 나면 그 때서야 본격적으로 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 3학년이 예전 1학년처럼 된 것이다. 어쩌면 대학생활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3학년을 긴장이 풀린 상태로 마치고 4학년이 되고 나면 전공에 대해 확실하게 알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고 학점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문의 길을 쉽사리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다.
선진국 중 5년제 대학을 운영하는 곳은 없는 걸로 안다. 그러나 그들의 제도라고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우리도 이젠 우리 실정에 맞는, 또 어떤 의미로는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믿는다.
선진국의 좋은 제도는 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도 이젠 우리 몸에 맞는 우리 옷을 만들어 입을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확신한다.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제도를◆
요즘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 "꼭지"에 보면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과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느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막내아들이 등장한다.
나는 요즘 우리 고등학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런 상태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예전의 고등학생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물학적으로 보아 거의 완벽하게 어른의 몸을 갖춘 그들이고 사회적인 유혹은 너무도 가까이 있다.
근래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운동이 활발하지만 미성년과 성년의 구분이 늘 문제가 된다. 우리 시대의 많은 미성년들은 성년의 대접을 원하고 있다.
5-5-5제에 의하면 대개 17-18세면 대학에 진학한다. 나는 그들에게 성년 대접을 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그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미성년 취급을 하자. 그리고 훌륭한 성년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자.
가장 창의적일 수 있는 나이에 반복연습이나 하는 '고등훈련소'에 잡아두지 말고 대학에서 마음껏 자기 적성을 살리도록 해주자는 얘기다.
그리고 적성을 찾고 그에 필요한 지식을 연마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자. 지식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요즘 우리 대학은 오히려 필수학점을 줄여 예전보다 훨씬 덜 가르치고 있다.
국토도 좁고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나라가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이만큼이나마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 유일한 이유는 바로 교육의 힘이다.
아이들이 배우길 싫어한다고 가르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어미새는 자기 새끼가 애처롭다 하여 결코 나는 법 가르치기를 중단하지 않는다.
교육은 어차피 일방적인 것이다. 기본교육은 더욱 그렇다. 가르치는 쪽에서 꼭 가르쳐야 할 것을 결정하여 철저하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과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해서야◆
지금 교육부는 공교육을 사교육과 똑같은 차원에 두고 다분히 경쟁적인 그리고 때로는 굴욕적인 정책만 내놓고 있다.
사교육이란 역사를 통해 우리와 늘 함께 있어왔고 앞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교육이 충실하게 기본교육으로 바로 서면 사교육은 자연히 보충교육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초등학교 5년 그리고 중학교 5년 동안 대학의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준비는 물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인성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들은 엄연히 미성년자들이므로 기성세대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교육과정을 따르지 못할 경우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교과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나 학교의 규율과 교육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유급이나 퇴학도 불사한다는 엄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의 대입 기회나 사회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 정규대학의 진학에는 응분의 어려움이 따라야 할 것이다.
검정고시와는 별도로 이른바 '패자부활전 시험'을 마련하되 정규학교교육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과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친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 방법은 반드시 정량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학이전의 과정이 2년 줄어들면 그만큼 교사들도 남고 교실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들을 활용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보다 알찬 교육을 꾀하는 길이다. 그러나 줄어드는 학생 수의 정도가 교육의 질을 괄목할 만큼 향상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만큼 교사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여 연구도 할 수 있게 해주고 학생들과 정규수업 외의 활동에도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하게 밝혀둘 일은 이 같은 학년 수의 감소가 교원 감축이나 교육예산 감소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당연히 투자했어야 했던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 참에 대학은 연구하는 곳이고 초중등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대학에는 과감하게 연구비를 투자하고 교육예산의 대부분은 초중등학교에 썼으면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면 스스로 기본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지극히 전근대적인 문과 이과 구분을 없애도록 제안한다. 자기의 능력과 적성이 장래 어떤 분야에 적합한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의 장래를 인위적으로 양분하는 몰지각한 행위는 이젠 그만 멈춰야 한다.
대학들은 각각 단과대학별로 입학생을 선정하되 처음 2년 동안에는 예전의 문리과대학과 같은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즉 모든 학문의 기본인 넓은 의미의 인문학으로 대학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세계 최우수대학들은 모두 한결같이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 과정이 5년으로 늘면 그렇지 않아도 비싼 대학 등록금을 1년 더 내야 한다고 탄식할 이들이 있겠지만 지금 초중고등학교생에게 투자하던 비용 2년치면 충분하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학비를 벌 수 있는 기회가 전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 본인만 노력한다면 반드시 5년을 다 채우지 않더라도 4년만에 조기졸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을 많이 만들자◆
우리 나라 교육붕괴의 근원이 서울대학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작은 나라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경쟁할 수 있는 종목을 여럿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축구만 해야 되는 것이 아니기에 스포츠계는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서울대학을 여러 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 체제에서 갑자기 서울대학과 같은 위상의 국립대학들을 여럿 만들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또 현재 있는 다른 사립대학들을 서울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얘기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다.
나는 2년 또는 길어야 3년 과정의 단기대학들을 많이 만들 것을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현재 전문대학의 개념이지만 '전문대학은 정규대학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너무 깊이 박혀 있는지라 이름은 '특화대학'이라 했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교육부가 엄정한 심사를 거쳐 '특허'를 주고 그런 대학들을 '특허대학'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요즘 벤처기업들에서 원하는 특정한 기술을 습득하도록 하여 곧바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 빌 게이츠도 이런 특화대학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아예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지조차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같은 특화대학들이 반드시 과학기술 계통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행정능력과 소양을 함양시키는 대학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대학 등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 다양화 과정은 교육부가 주관할 것이 아니라 대학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경쟁력 있는 특화대학들이 생겨날 것이다.
또 특화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국방관련 연구소나 정부기관 또는 정부가 지정하는 기업체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며 군복무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자.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20대에 들어서며 당당히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의미를 인식할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는 가장 창의적인 두뇌들을 생산적인 활동에 활용하게 되므로 엄청난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우리 나라에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이 너무 많다. 새롭게 특화대학들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학들로 하여금 전문성을 강조한 전문적인 대학들로 새 출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학생 수의 감소와 서울 편중으로 존폐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지방대학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첨단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학원이나 단기대학으로 돌아가고 있는 추세를 보더라도 나는 이 제도가 성공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획일화를 버리고 다양화로◆
요즘 항간에 떠도는 말 중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말과 "정보는 찾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위험천만한 말은 없다. 절대로 한 가지만 잘해서 대학에 갈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일단 대학에 가서는 한 가지만 잘해도 좋다고 본다. 그러나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철저한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 5-5-5제를 채택하면 한 가지만 잘해서 바로 사회에 뛰어들고 싶은 아이들은 단기특화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그러나 초중등학교 과정에서는 정규대학과 특화대학에 진학할 학생들 모두에게 기본적인 수학능력과 사회인의 소양을 가르쳐야 한다.
"정보는 찾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으나 그렇다면 정보를 창출해내는 이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정보들만으로도 사이버공간이 넘칠 지경이지만 앞으로는 점점 보다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계속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여 보유하고 있는 정보부국에 빈국들을 끊임없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미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보의 대부분이 미국의 손아귀로 흘러들고 있다.
좋은 예로 복제양 기술은 영국이 최초로 개발했지만 특허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인간유전체 정보도 대부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정보는 찾는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 학생들이 기초적인 공부를 게을리 하고 있다.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기술만 늘고 있을 뿐이다. 정보는 우선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5-5-5제 하에서는 정보를 찾아 응용하는 일에 특기가 있는 학생들은 특화대학으로,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정규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특화대학 졸업생들이 훨씬 쉽게 직장을 얻고 먼저 사회에 진출하여 기반을 닦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많은 아이들이 그 길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규대학들이 무너질 염려는 절대 없다고 본다. 학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늘 있게 마련이다.
교육열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을 출세의 도구로 삼지 말라 하지만 남보다 많이 배워 경쟁에 이기려는 걸 어찌 탓할 수 있으랴?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에게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위법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배워야 한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누구나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줘야 한다.
●최재천교수 약력
강원 강릉 출생(1954)
서울대 동물학과 졸업(1977)
하버드대 생물학 박사(1990)
하버드대 전임강사(1990)
미시건대 조교수(1992)
서울대 생명과학부 조교수(1994-현재)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sect behavior’편집위원(1994-현재)
미시건대 동물학박물관 종신 객원연구원(1996-현재)
●주요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1999)
보건생물학(2000)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역서, 1999)
** '긴급제안-한국교육 바꾸자'에 의견이 있으신 분은 soongchung@hk.co.kr로 E-메일을 보내시거나 한국일보 편집국 정숭호부국장(02-724-2303)에게 연락주십시오.
입력시간 2000/05/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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