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신임 총리에 이한동(李漢東)자민련 총재를 사실상 내정한 것은 국정운영, 정국구도, 여권내 역학구도까지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안정적 내각 통할, 여권내 인재 풀의 확대, 후계인맥의 관리 등에 이총재가 적절한 카드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그중에서도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이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 21일 저녁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를 신당동 자택으로 방문, ‘이한동총리 카드’를 놓고 막후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공조복원이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명예총재가 이한동 총리 카드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동정권을 재구축하는 실마리나 토대가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공조복원과 함께 이한동총재가 과거 내무장관, 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대표 등을 역임, 조직관리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유동적인 경제상황 등으로 급박한 국면의 전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총재가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 것이다.
‘구여권 인사’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이총재가 그동안 추문이나 의혹사건들에 연루되지 않고 나름대로 이미지를 유지해온 사실도 한 이유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총재는 여권내 인재 풀이나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계 주자로 이인제(李仁濟)고문 외에 별로 부상하는 인물이 없는 현실에서 이총재는 일단 견제와 균형의 추가 될 수 있다.
이총재가 하기에 따라서는 차기 주자군에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총재가 한나라당에 일정한 우호적 인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이같은 이총재의 강점과 가능성은 ‘남북정상회담 등 국가대사에 집중하고 정치와 행정은 당과 내각에 가급적 일임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총선후 구상과 상당부분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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