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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남북정상, EU통합정치서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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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남북정상, EU통합정치서 교훈을

입력
200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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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상은 6월, 반세기만에 만난다. 이 역사적인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서유럽이 반세기이상 성공적으로 추진하여온 통합정치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1952년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가 석탄과 철강 두 전략물자를 공동 생산·유통한 것을 시작으로 6년 후 로마조약으로 유럽경제공동체를 건설해 공동시장(Common Market)을 운영하였다. 이 두 공동체가 오늘날 EU라는 준유럽연방체제로 발전, 유럽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전쟁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오직 서유럽인들은 지속적 평화를 누리면서 전례없는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상호의존체제는 견원지간이었던 프랑스와 독일 국민간에 전쟁이나 어떠한 사소한 분쟁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서유럽인들은 공동시장을 40여년간 훌륭하게 성장시켜 오다가 1999년 1월을 단일시장을 출발시키고 단일통화(유로화)까지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유럽통합은 20세기초부터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데는 반세기가 걸렸다. 유럽의 각국 지도자들은 국가주권 및 통치권을 부분적 이양 내지 포기하면서 문화적·경제적 차이를 갖고 있었던 국가들을 ‘유럽연합’이라는 틀 안에 넣고 일방적 평화가 아닌 공동체적 평화로, 일방적 번영이 아닌 공동체적 번영을 가져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이같은 유럽의 교훈을 명심하면서 통합의 틀에 합의한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

필자는 유럽통합의 교훈에서 두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전력·철강공동체요 둘째는 공동시장 수립이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출자해 전력과 철강을 공동 생산·유통하게 되면 점차로 에너지와 철강부문에서 남북한이 상호의존성의 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시장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무관세제도를 전제로 해 서로 비교우위에 있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교환해나간다면 북한의 개방·개혁이 점진적으로 진전될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가 자유로 남북을 이동하는 공동시장이 만들어진다면 더욱 남북의 상호의존성이 구축될 것이다. 이 두 공동체 업무를 관장할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각료이사회, 생산·가격·유통통제를 위한 집행기구, 분쟁처리를 위한 공동재판소를 설치해 볼 만하다. 남북정상들은 유럽의 통합정치가 가져온 성과에 신뢰를 갖고 서유럽의 경험을 한반도에 받아들였으면 한다.

/허만·부산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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