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기의 테헤란벨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기의 테헤란벨리

입력
2000.05.22 00:00
0 0

한국의 ‘엘도라도(황금의 땅)’ 테헤란밸리에 황량한 바람이 불고있다.반의 반토막이 난 코스닥 주가, 살길을 찾아 대기업으로 U턴하는 벤처맨, 뚝 끊어져 버린 투자자들의 발길 등 ‘탈(脫)벤처’ 분위기가 완연하다. 불과 몇달전만 해도 금맥을 찾아 몰려든 이 들로 북적대던 벤처의 메카가 갑자기 ‘폐광촌’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위기의 벤처밸리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게임 개발업체 M사. 3개월 전만 해도 투자의뢰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지만 오후 3∼4시 한창 바쁜 시간에도 개인전화 2∼3통이 전부였다. 김모(34)사장은 “직원들이 늘어 벽을 터가며 사무실을 확장했는데 지금은 20%가 퇴직해 텅 빈 느낌”이라며 “일거리도 없어 밤샘 작업은 벌써 옛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벤처맨들부터 탈벤처를 꿈꾸고 있다. 박모(26)씨는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고 요즘 나도는 ‘벤처 대란설’로 마음이 뒤숭숭해 하루빨리 대기업에 취업할 생각 뿐”이라고 초조해했다.

IP업체인 P사를 지난달 그만 둔 이모(30)씨는 “하루 2∼3시간 자면서도 2,000만원 내외의 연봉에 만족했던 것은 스톡옵션때문인데 이마저 코스닥 폭락으로 인해 기댈 언덕이 못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업계도 울상

평당 400만원을 넘는 임대료에도 불구, 2∼3개월은 족히 기다려야 사무실을 빌릴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옛일. 곳곳에 사무실 임대 입간판들이 눈에 띈다. 비싼 임대료때문에 사무실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테헤란로 S빌딩 관리인 박모(56)씨는 “벤처기업들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분당, 잠실 등으로 빠져나가고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만 간간이 입주하고 있어 벤처 메카에서 벤처가 사라질 지경”이라고 전했다.

울상을 짓기는 홍보업체와 유흥업소들도 마찬가지. 벤처 홍보사 A기획의 K(36)실장은 “홍보의뢰업체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이 폭락한데다, 거품을 빼려는 벤처들이 홍보비용부터 줄이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F단란주점 Y(29·여)사장은 “매주 2∼3번씩 찾아오던 벤처사장들을 이달에는 아예 구경도 못했다”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

이러한 급반전에 대해 벤처들이 인력계발과 기술개발보다는 ‘코스닥 상장으로 한몫 잡겠다’는 한탕주의에 골몰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M사의 조모(37)사장은 “수익구조도 마련하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이나 빨리 해 일확천금을 긁어들이자는 것이 한국판 ‘벤처정신’”이라고 꼬집었고, 국내 최대의 증권정보 제공업체 P사의 K(31)씨는 “건실하다는 벤처들도 월 1억원 내외의 배너광고가 수익의 전부인데다 해외진출을 꾀할 만큼 기술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 컨설팅사 큐더스의 정연서(30)사장은 “기관투자자나 사주 등은 이미 챙길건 다 챙기고 빠져나갔다”며 “더이상 추가 자금지원도 없을 전망이어서 연말까지 현재 업체의 50%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