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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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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름답다

입력
200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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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큼 기록에 관해 집요한 종목도 드물다. 매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간하는 프로야구연감을 들춰보면 별의별 기록들이 다 있다. 1984년 이만수(삼성)는 프로야구사상 전무후무한 타격 3관왕을 달성했다. 아직까지 이만수외에는 누구도 타격 3관왕에 오른 적이 없다.하지만 타격 3관왕은 만들어진 것이어서 의미가 많이 탈색했다. 당시 이만수는 홈런과 타점1위는 떼논 당상. 문제는 타격왕이었다. 재일동포 홍문종(롯데)이 3할3푼9리로 불과 1리차 뒤져 있었다.

이만수가 1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고 홍문종이 안타를 때린다면 순위가 뒤바뀌는 절박한 상황. 공교롭게도 삼성과 롯데는 시즌 마지막 2연전을 부산에서 벌였다.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은 이만수를 결장시키는 대신 홍문종에게 고의사구라는 절묘한 무기를 이용해 타율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홍문종은 삼성과의 2경기서 9타석 연속 고의사구라는 희한한 기록을 세우고 타격왕을 이만수에게 넘겨주었다. 이만수는 타격 3관왕에 오르고도 시즌 MVP를 27승을 올린 최동원(롯데)에게 넘겨주는 수모를 당했다.

98년 타이론 우즈(두산)가 장종훈(한화)의 91년 최다홈런(41개)을 경신할 때 일이다. 우즈가 41호 홈런을 친후 만난 상대는 국내최고투수 정민태(현대). 정정당당한 승부를 선언한 정민태에게 홈런을 뺏어낸 우즈는 시즌 최다홈런을 경신했다.

지난 시즌 54개의 홈런을 날린 이승엽(삼성)도 상대투수들의 정면대결이 없었다면 기록을 세울 수 없었다. 19일 박경완(현대)은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4연타석홈런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경완은 “투수들이 좋은 승부를 걸어왔기때문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상대투수들을 추켜세웠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기록은 만들어지기보다 세워지는 것이다. 거기에는 페어플레이정신에 기초한 정당한 승부가 전제돼야 한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대폭 감소, 울상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는 너무 승패에 집착하면서 빚어지는 볼썽사나운 경기내용도 한몫한다. 스포츠맨십을 토대로 한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질때 팬들은 더 자주 야구장을 찾는다.

정연석 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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