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오락비 46.5%, 휴대폰등 통신사용료 38.2%, 외식비는 31.8%….한국인들의 고질병인 ‘샴페인 증후군’이 되살아났다. 월급이 좀 늘었다고, 감원공포가 다소 가라앉았다고해서 다시 흥청망청 샴페인을 터뜨리는 현 소비행태의 밑바닥에는 ‘더이상 개혁이나 희생은 싫다’는 심리적 해이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추가적 구조개혁을 가로막고 국제수지·인플레 직접 악화시키는, 그래서 경제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일지도 모르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헤픈 씀씀이 =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은 1년전 대비 12.7%. 그러나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든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났다. 우선 ‘먹거리’쪽에서 주식과 부식, 기호식품지출은 1년전에 비해 각각 0.6%, 1.3%, 1.1% 줄어들었지만 유독 외식비만 31.8%나 늘어났다. 전체 먹거리 비용중 42%가 외식비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비에선 단연 과외비 지출증가가 눈에 띈다. 등록금은 19%, 교재·참고서지출은 4.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보충교육비(사교육비)는 25.7%나 증가했다. 버스·택시비같은 공공교통비지출은 8.2% 늘어난 반면, 자가용구입비는 50.1% 증가했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통신비도 38.2%나 늘어났다.
◆소득개선은 착시현상 = 소득이 늘어나면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득이 환란(換亂)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믿고 있지만 엄밀히 보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22만8,700원. 올 1·4분기는 234만9,000원으로 3년전보다 다소나마 소득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가상승분을 감안, 95년 가격으로 환산한 ‘실질소득’은 97년 1·4분기가 213만900원, 금년 1·4분기는 195만9,500원이다. 환란전보다 소득이 늘어나기는 커녕 여전히 8.2%나 쪼그라든 상태인 것이다.
반면 실질소비지출은 97년 1·4분기가 137만7,400원, 금년 1·4분기가 138만4,000원으로 이미 외환위기 이전수준을 완전회복했다. ‘소득은 IMF시대인데 소비만 위기전 상태로 복귀’한 것이다.
◆여전한 빈부차 =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형이 심하다는 것(0은 완전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4분기에 0.325를 기록했다. 개선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전분기보다 0.002포인트 나아지는데 그쳤다. 상하위 20% 계층간 소득배율은 5.56배로 전분기보다 약간 나아졌지만 환란직후인 98년 1.4분기의 5.5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계층간 소득을 좁혀지지 않고 너도나도 씀씀이만 헤퍼지는 기형적 소득·소비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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