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I love soccer / 축구보다 재미있는 쇼는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I love soccer / 축구보다 재미있는 쇼는 없다

입력
2000.05.19 00:00
0 0

월드컵개막식엔 대부분 식전 공개행사가 없다. 있다 해도 10여분 정도의 간단한 행사이고 개회선언에 이어 곧바로 개막전이 열린다. 최근 월드컵중 가장 화려한(?) 개막식은 1990년 이탈리아대회때인데 그것도 20여분 정도의 패션쇼 비슷한 행사였을 뿐이다.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최창신사무총장은 이 이유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관계자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역으로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축구보다 더 화려하고 재미있는 쇼가 없는데 개막행사를 할 필요가 있나요?”축구경기 자체가 그 어떤 이벤트보다 극적이고 화려하고 예술적이란 뜻이다.

요즘 월드컵조직위 홍보실 관계자들은 고민이 많다. 최근에 마스코트(가칭 아트모) 홍보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했더니 FIFA측에서 이런 항의를 해왔다. “월드컵에 홍보가 왜 필요한가. 그런 마스코트를 이용한 스티커 하나 하나가 모두 마케팅상품인데 그런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마시길….”

FIFA측 주장인즉 ‘축구와 관계된 모든 것은 다 돈이 되며 결국 그런 스티커도 마케팅화하면 더욱 큰 홍보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내축구현실을 생각했다. 국내 축구장에 들어서면 경기 시작전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시끄러운 음악과 안내방송이 귀를 거슬리게 한다.

잠시 누구와 대화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프타임때는 각종 이상한(?) 쇼가 눈을 거슬린다. 경기가 끝나면 경품추첨으로 시끄러운 분위기가 명승부의 여운을 잡치게 만든다.

구단에서 만든 홍보책자나 팬북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구할 수 있다. 스타의 사진이나 구단의 마스코트는 어떤 상품에건 이용되는 일이 없다. 프로구단 유니폼은 동대문시장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왜 우리는 꼭 축구경기에 앞서 이벤트를 먼저 생각할까. 마케팅으로 활용 가능한 것을 왜 홍보라는 명목으로 낭비할까.

물론 그 이전에 국내 축구의 인기와 팬 수준을 고려해야지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이 계속되는 한 구단은 영원히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축구는 발전할 수 없다.

이제 경기장을 정상화시켜보자. 우선 그 시끄러운 음악부터 끄자. 또 각종 식전행사와 하프타임쇼를 없애자. 경품도 없애자. 축구를 진정 사랑하는 팬들이 모일 수 있게 하자.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 쇼는 없다.

유승근

us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