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토마스컵(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이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열기는 광적이다. 말레이시아대표팀 수석코치로 있는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36)에 대한 애증(?)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예선리그가 한창이던 15일 박주봉코치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박코치가 “I am Park Joobong, Thomas cup!”(내 이름은 박주봉, 토마스컵)이라고 말하자 경찰은 악수를 청하며 무사통과 시켜주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덴마크에 패한 다음날인 17일 한국선수단 일행이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단속에 걸렸다. 급한김에 박주봉코치를 팔았지만 경관은 “박주봉은 졌어, 안돼”라며 딱지를 끊었다는 것.
그만큼 말레이시아에서 배드민턴은 국기에 가깝다. 더욱이 박코치와 처남-매형지간인 권승택 한국대표팀 감독은 에피소드를 듣고 속이 편치 않았다. 예선 첫경기서 말레이시아를 꺾어 예선에서 탈락시킨 주범(?)이 다름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1-3회 대회에서 우승한 말레이시아는 92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17회 대회에서 우승하자 다음날을 곧바로 국경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총리부인이 말레이시아협회 고문으로 대회직전 선수단을 초청, 만찬을 베풀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런 차에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덴마크에 패해 대회사상 처음으로 4강에서 탈락했으니 그들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일까 짐작이 가는 일이다.
덴마크와 4강행을 다투던 16일 푸트라체육관(1만3,000명 수용)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머리띠를 두르고 응원을 하는가 하면 파도타기 응원도 나왔다. 오죽했으면 16일 아침자 현지 신문제목이 ‘Do or Die’(사느냐 죽느냐)였을까.
일방적인 응원에도 말레이시아가 덴마크에 패하자 마지막 단식이 남아있는데도 관중들이 썰물처럼 빠졌나갔고 다음날 벌어진 한국-덴마크의 여자 준결승 경기에는 관중을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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