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백제(BC 18-AD 475년) 왕궁터로 추정되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이 보존쪽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그 실행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토성이 둘러싸고 있는 22만 6,000여 평 대지에는 이미 1만 2,000여 가구, 4만여 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재청이 서울시와 협의해 인사동처럼 문화보존지구로 지정, 고층 아파트 재개발을 제한하는 동시에 매년 조금씩 땅을 사들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만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문화재청은 우선 발굴 현장 훼손으로 문제가 된 풍납토성내 경당연립 재건축부지 2,390평에 대해서만 모든 논의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문화재위원회 3분과(발굴)·6분과(문화재 지정) 합동으로 경당연립 부지에 대한 현장답사를 실시, 2, 3주내 사적 지정 등 보존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풍납토성 전부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풍납토성 보존 방침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정부의 입장”이라며 “토성내 모든 부지를 대상으로, 그것도 섣불리 보존 여부를 결정해 해당 주민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 토성내 모든 부지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어림잡아 4조원 이상, 경당연립 부지에만 최소 300억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아파트 재건축 건설허가를 받아 분양까지 끝낸 경당연립 조합원 220여 세대를 설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조합 관계자는 “보존은 말도 안된다. 1963년에는 토성만 사적으로 지정해놓고 이제 와서 토성내 부지를 문화재로 지정해버리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고 분개했다. “정부가 결국은 풍납동 주민들을 다른 그린벨트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한편 발굴비용에 대한 국가부담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3조는 매장문화재에 대한 발굴비용을 개발자(수익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일단 경당연립 부지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 ‘추가발굴’이 결정되면 그 추가발굴 비용만을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입장이다. 경당연립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한신대 발굴팀의 발굴비용 2억 5,000만원을 부담해왔다.
서정배 문화재청장은 “앞으로 발굴비용에 대한 부담 원칙은 현행 법률을 따르되 특별한 경우에만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라며 ‘특별한 경우’란 유물이 발견되거나 유적지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고 말했다. 따라서 누가, 어떻게 ‘특별한 경우’를 결정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풍납토성의 초기백제왕성터를 주장해 온 선문대 역사학과 이형구 교수는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가 사전조사를 통해 발굴비용 부담자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건설허가가 나오기 전에 사전조사를 실시, 발굴비용 부담자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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