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좋아하지만 국어 사회도 재밌어요"“컴퓨터는 대학 진학이나 출세의 수단이 아니라 제 취미생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최근 미국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 컴퓨터공학 부문에 백신 프로그램 ‘X레이’를 출품, 1등상과 미 특허국 수여 특별상 2등상을 동시에 거머쥔 경남과학고 1학년생 윤주현(尹珠賢·16)군. 윤군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수능 점수 1∼2점에 목을 매고 내신성적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현실에서 과외도 하지 않고 특기·적성계발에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윤군은 여느 10대들처럼 또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교회에서 밴드를 결성, 드럼을 두드리며 독서와 토론을 유달리 좋아하는 학생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가 사준 컴퓨터가 입력하는 대로 거짓없이 결과를 보여주는 데 매력을 느껴 만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컴퓨터 학원은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 1∼2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한 것이 고작이다.
윤군은 처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 관련 서적을 두루 섭렵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 문제에 접하고 지워도 지워도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오기가 발동해 “내 힘으로 바이러스를 없애고 말겠다”고 작심했다. 바이러스 잡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서 백신 프로그래밍 실력은 급속도로 향상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하느라 학교 공부에 소홀하지는 않을까? “과학고에 진학할 때 거기 가면 내신성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손해볼 수 있다는 주변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요.” 말하자면 윤군은 소신파다. 윤군은 국어와 사회 과목을 좋아하고 컴퓨터보다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요즘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직접 만드는 미디음악에 푹 빠져 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공부해 보안 분야뿐 아니라 세계적인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꿈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진주=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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