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고급 스포츠의류의 온라인 소매상을 표방하며 지난해 11월 화려한 웹사이트 ‘진수식’을 가졌던 영국의 ‘부닷컴(Boo.com)’이 영국 메이저 닷컴업체중 처음으로 파산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부닷컴 소유주이자 모델인 카즈사 린더와 스웨드 언스트 맘스텐은 17일 “추가 자금조달에 실패해 파산이 불가피하다” 며 “기업컨설팅회사인 KPMG에 기업청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큰 인터넷 업체중 하나로 꼽히며, 화려한 브랜드 네임을 자랑했던 부닷컴이 불과 6개월여만에 중도하차하자, 온라인 소매업계(B2C;Business to Consumer)는 충격속에 ‘신용경색에 따른 연쇄 부도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의류업체 베네통, J.P.모건·골드만삭스 등 미국내 최대 투자은행이 주주로 참여했던 부닷컴은 창업 당시 1억3,500만달러에 달하는 초기자본으로 관련 업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인터넷 잡지인 ‘인더스터리 스탠더드’‘포천’의 커버 스토리로 등장하고, ‘뉴스위크’‘보그(Vogue)’등 유명 잡지들이 앞다퉈 취재경쟁을 할 정도로 온라인 소매업계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다.
파국의 원인은 마케팅과 기술개발에 투입된 엄청난 비용과 웹 서버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영업손실. 특히 웹 사이트가 예정보다 5개월이나 늦은 지난해 11월 개통되는 바람에 60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준비한 봄·여름 의류품이 재고품으로 전락하면서 급전직하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전문용역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닷컴 붐을 타고 상장한 영국내 28개 닷컴 기업중 25개가 마케팅과 확장비용 때문에 예정했던 손익분기점에 훨씬 못미치는 내년 8월 이전에 현금이 바닥나고, 그중 4분의 1은 현금 보유액이 6개월치도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터넷 관련 주식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투자자들의 기피현상과 창업 업체들간의 극심한 경쟁에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닷컴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PwC는 덧붙였다.
인터넷 창투회사인 ‘뉴미디어 스파크’의 마이클 위태커 수석이사는 “재고관리, 발송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업방식을 병행하지 않은 채 온라인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닷컴의 파산은 닷컴 기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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