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세상을 비웃는 당당함 "나니까-"“(쿵쾅거리며 뛰어 들어와) 여긴 여디? 성형외과. 오똑한 코에 갸름한 얼굴을 만들어 달랬지. 의사가 가정환경조사서를 달라더군. 왜? 이런 무지막지한 얼굴은 학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으헝- 히히히 그래도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나니까-”
못생긴 여자 ‘안미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예쁜 여자 ‘나미녀’(김현희)와 대비해 자문자답 형식으로 엮는 KBS ‘개그콘서트’의 ‘여자 대 여자’. 이 코너에서 코미디언 강남영(28)이 맡은 ‘안미녀’는 외모 때문에 겪는 설움을 ‘나니까-’한 마디로 허허롭게 웃어 넘긴다. 추녀에 대한 집단따돌림을 당당하게 받아치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이 코너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코너가 2-3회 방송되면서부터 “기죽지 말고 힘내라”는 팬들의 격려전화가 쏟아졌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사회에서 현실 속의 ‘안미녀’들은 비슷한 아픔을 수시로 겪기 때문인가. 한 시청자는 ‘이쁜 여자도 한번쯤 당하는 코너가 있어야’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학생들 사이에는 동문회 포스터 등에 ‘나니까’까 여러 형태로 패러디되어 회자될 정도다.
이상하게도 ‘나미녀’ 부류의 여성들도 그녀에게 열광한다. “아마도 저를 보면서 자신이 ‘나미녀’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기뻐하는 것 같아요.”강남영은 그 비결을 이렇게 해석한다. 그녀를 추종하는 팬클럽 ‘나니까’의 회원들은 다들 미모가 수준급이라는 자랑과 함께.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는 “‘여자 대 여자’는 극단화한 현실이다. 강남영의 ‘안미녀’는 실상을 과장하여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런 현실을 통쾌하게 비웃는 데서 웃음과 공감을 사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나니까-’의 의미가 확산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강남영은 처음에 ‘(못생긴)나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로 이 말을 만들었는데 이제 팬들은 ‘나니까 못생겨도 당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파괴력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만난 그녀는, 특유의 탁하고 걸걸한 웃음소리만 똑같을 뿐, ‘안미녀’부류는 아니다. 그런 그녀가 못생긴 여자를 대변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안양예고라는 출신학교와 방송사라는 특수환경 때문이다.
1994년 SBS 공채 3기로 입사한 후 외모 때문인지(본인의 말) 줄곧 아줌마, 할머니 역할만 맡았다. 그래서 당시 분장실에는 그녀 전용의 아줌마 가발과 몸뻬바지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좀 과장해서 당당하게 드러내는 코미디 형식을 구상했다. 이후 2-3년을 묵혀 두다 선배 코미디언 김미화의 권유로 개그콘서트 박중민 PD에게 그 아이디어를 제안, 올 2월 지금의 코너가 만들어졌다. 자문자답 형식의 비교코미디라는 단순한 포맷에 그녀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무대에서 닦은 뛰어난 연기력과 트인 목소리가 어우러져 높은 전달효과를 갖게 된 것이다.
현재 그녀는 KBS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의 ‘여성 대통령’ 코너와 두세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요즘은 몇몇 여성단체에서 강연 제의까지 들어온다고 한다. 너무도 뜨거운 호응에 ‘3도 화상’을 입었다고 엄살을 부리며 그녀가 덧붙인 한마디.
“사실 저라고 예쁜 척 하며 공주대접 받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죠,‘나는 나’니까요.”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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