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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상처'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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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상처'를 씻는다

입력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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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5.18특집 프로그램 마련5·18, 그 역사적 의미의 무게가 달리 다가오는 사람들. 광주 시민들과 이들을 진압한 군인들. 하지만 모두 희생자이자 피해자다. MBC를 비롯한 각 방송사들은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5·18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양극의 입장으로 비극의 접점을 이뤘던 이들의 그후 20년을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MBC는 19일 오후 9시 55분 ‘스페셜-충정작전, 그후 20년’을 통해 가해자이면서도 최대 피해자인 진압군의 힘든 20년 세월을 조명했다. 광주 진압군으로 참여한 20사단 사병 출신의 이성우씨는 복학 퇴학 결혼 이혼 정신병원으로 이어지며 삶이 죽음보다 처참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빨갱이 폭도이니 사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추호도 의심없이 수행하다 이제는 죄인이 되어 망월동 묘지를 몰래 찾을 수밖에 없는 김덕수씨, 살아서 5·18 악몽을 되새김질 하는 것조차 버거워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서른 한 살 나이로 숨진 하태형씨… 이들 진압군의 20년 세월은 아픔이자 악몽이었다.

또 있다. 광주에서 5·18 당시 전사한 육군소위 최연안씨의 모친은 숨조차 제대로 못쉬고 아들 꿈만 꾼다. 또 다른 피해의 잔상들이다. 진압군들은 차이는 있어도 ‘광주 증후군’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셜_충전작전…’은 5·18에서 살아 남은 자들의 상처를 위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KBS는 20년 세월 속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 위한 지난한 몸짓들을 보여준다. 18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광주항쟁, 그후 20년’에선 5·18의 의미를 복원시킨 사람들을 소개한다. 5·18 당시 수습대책위 대변인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신군부의 삼엄한 경계를 피해 서울로 상경해 광주의 참상을 알렸던 김성용신부, 80년 5월 30일 광주의 진상을 알리려다 서울기독교회관에서 실족사한 김의기씨,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의 죽음을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세상에 드러낸 김종률씨, 그리고 5·18 당시 한국에 특파돼 윤상원씨의 항쟁 정신을 미국 볼티모어 선지 1면 기사로 소개한 브래들리 마틴 기자 등등.

이밖에 EBS는 19일 오후 10시 ‘시네마 천국’ 특집으로 ‘오월 광주를 말한 영화들’을 내보낸다.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부터 장편영화 ‘오, 꿈의 나라’ ‘꽃잎’ ‘박하사탕’에 이르기까지 광주 5월을 다룬 영화들을 분석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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