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의해 제조와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진 열화(劣化) 우라늄탄이 매향리 미 공군사격연습장에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파문을 낳고 있다. 폭발때 유출되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우라늄탄 사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체없이 진상조사에 나서 사실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주한미군이나 국방부가 우라늄탄 사용 사실을 일단 부인했지만 불안에 떠는 매향리 주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반전운동 세미나 참석차 방한중인 전직 미 공군 조종사 브라이언 윌슨씨가 제기한 우라늄탄 사용의혹은 구체성을 띠고 있다. 그가 우라늄탄 탑재기인 A10전폭기 조종사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증언은 소홀히 넘기기 어려운 데가 있다. 전문기관에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의뢰해야 하는 이유다.
윌슨씨는 매향리 현장을 답사하고 열화 우라늄탄이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나 국방부측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파문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한 설득력은 없는 듯하다. 명쾌하지 못한 해명이나, ‘시인도 부인도 않는(NCND)’태도가 사태수습을 오히려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미군이나 국방당국은 깨닫기 바란다.
미군이 우라늄탄을 개발한 것은 냉전이 극에 달했던 70년대다. 소련제 탱크를 무력화시킨다는 목적으로 핵발전에서 쓰고남은 우라늄235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실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91년 걸프전 때다. 당시 이 폭탄은 견고한 콘크리트로 구축된 이라크군의 지하벙커나 소련제 탱크를 공격하면서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다.
우라늄이기 때문에 이 폭탄은 폭발시 방사능을 유출한다. 만약 인체에 노출되면 암을 유발하거나 조산, 기형아 출산 등의 후유증을 남기게 될 우려가 있다. 국제 환경단체나 인권단체들이 이 폭탄의 사용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같은 방사능오염 가능성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지금까지 훈련용 우라늄탄은 소유한 바도 사용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실전용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매향리 미 공군 사격연습장에 한해 우라늄탄의 사격연습이 있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는 정도다. 문제는 미 육군사격장 등 다른지역에서는 훈련이든 연습이든 우라늄탄을 사용하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주한미군과 국방당국은 이에 대해 솔직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의혹만 겉잡을 수 없이 부풀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