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만에 최악의 유혈충돌을 빚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시위는 평화협상의 최종 타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팔레스타인 시위대는 16일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을 빚으며 5일째 시위를 계속했으나 다소 진정 기미다. 이날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미국의 데니스 로스 중동 특사의 회담장 바로 옆에서 200여명이 집회를 열었고 헤브론과 베들레햄 등에서 시위가 이어져 최소한 1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시위는 겉으로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52년전 이스라엘 건국으로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유민이 발생한 ‘알-나크바(대재앙)’를 기념하면서 이스라엘에 억류된 1,600여명의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기저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불신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이 같이 깔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당초 온건론자인 에후드 바라크 총리가 집권하면서 평화정착의 급진전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바라크 총리가 연정을 구성한 우익 및 종교계에 발목이 잡혀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이로 인해 집권 초에 약속한 일정들이 늦추어지면서 희망은 불신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협상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핵심 요구사항인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도 인정, 난민 귀환 및 국경문제 등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와함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치 정부 수뇌부에 대한 불만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강경파들은 수뇌부가 협상에서 진척이 없자, 물밑 거래를 통해 핵심사항중 일부를 이스라엘에 양보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 팔레스타인 국민들 사이에 동조 분위기가 확산됐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에서도 바라크의 협상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는 등 평화협상에 난기류가 형성되자 즉각 특사를 보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레임덕에 접어든 빌 클린턴 행정부의 중재가 힘을 발휘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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