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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우차 해외매각' 국부유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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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우차 해외매각' 국부유출 아니다

입력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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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총선에서 국부 유출에 대한 여야간 논란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야당은 정부가 우리 기업을 외국에 헐값에 팔았다는 것이고 여당은 그같은 주장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들의 논쟁에서 누가 옳은지 별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양쪽 모두 제 각각의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이같은 국부유출논쟁이 최근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을 둘러싸고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부유출론자들은 삼성자동차의 경우 4조원이 넘는 투자를 했는데 투자액의 10분의 1도 받지 못했음을 앞세운다. 한마디로 헐값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우자동차가 삼성보다 몇배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외매각으로 인한 국부유출은 더욱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자동차나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국부유출이라고 볼 수 없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가동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어떻게 국부유출일 수 있을까. 누구에게든 헐값이라도 팔 수만 있다면 파는 것이 상책이다.

쉬운 예로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자. 그리고 그는 많은 돈을 빌려 그 땅에 거대한 오피스텔을 지었다. 그런데 오피스텔은 광속인터넷망은 커녕 옆방에서 나는 소리도 다 들리는 형편없는 건물이다. 더욱이 청소와 같은 기본적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자. 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건물에 누가 높은 월세를 내며 입주하려 할까. 입주자는 없는데 매달 빌린 돈의 이자는 함박눈처럼 쌓여가고 직원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야 할 것이다. 바로 부실의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인데 이때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자신보다 자본력이나 관리능력이 나은 사람에게 건물을 팔고 본전을 조금이라도 건지는 것이 상책이다. 국내에 그같은 사람이 없으면 해외에서라도 찾아야 한다. 어떻게든 빨리 팔지 않으면 이자만 쌓이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니 해답은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대우차 해외매각이 왜 새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제학적 용어를 빌리면 이는 소위 특정집단 이익효과(special interest effect) 때문에 일어난다. 즉 관련된 소수의 이해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이익이 걸려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잘못될 경우에도 작은 손실만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몇십조라는 돈도 온 국민이 나눠 부담하면 한 개인에게는 적은 금액이 된다. 반면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 아니라 천시일반(千匙一飯)이게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소수의 특정 집단은 필사적이 되고 불특정 다수는 무관심하게 된다.

따라서 대우차와 직간접 이해가 걸린 사람들은 갖은 방법으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국민은 대우차의 부실이 커지면 돈을 빌려준 은행이 부실해지고 은행이 부실해지면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돼야한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공적자금은 결국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혈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치가들은 무관심한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필사적인 소수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전자는 표로 연결되지 않지만 후자는 확실한 후원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표로도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이 과정에서 국부유출론자들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그 결과 잘못된 기업으로 인한 비용부담에 무관심했던 국민은 한푼두푼 아낀 돈을 세금으로 낼 수 밖에 없게 된다.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은 죄없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국부유출이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오성환 서울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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