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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보자 중심에 서자 (상) / 작지만 강한 나라 만들기

입력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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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천국 만들어야"획기적인 통상전략이 필요하다. 세계경제는 시장개방과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법칙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언제 먹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계경제라는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신통상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싱가포르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작지만 강한 나라의 표본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통상전략은 3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안으로는 유연한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확충, 밖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 3가지 정책을 통해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산업연구원(KIET)과 공동으로 ‘작지만 강한 나라 만들기’일환으로 최근 싱가포르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4개국의 경제현장을 집중조명했다.

경제강국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있다. 목표는 국가경쟁력 강화이고 방법은 물류기반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과 외국인 투자유치다. 정부는 특히 ‘기업하기 편한 나라’를 만든다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제전쟁시대에 대비하는 ‘정신적 인프라’까지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부는 강력한 산업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세계2위의 싱가포르는 최근 ‘인더스트리 21’을 선언,제조업과 수출을 성장의 두 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네덜란드는 국가적인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위해 매2년 국가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IMD기준 국가경쟁력 세계5위권에 드는 양대 강국이 국가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2,000달러인 아일랜드도 ‘엔터프라이즈 2010’을 세우고 첨단기술산업 유치에 나섰다.

주요국가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구조조정은 게걸음이고 위기를 벗어난 듯 허리띠를 풀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외국의 시각이 싸늘한데도 우리는 당국자간 입도 안맞고 전략과 비전도 분명치 않다. 한국은 아직도 개발시대의 통상전략을 답습하고 있다.

선진외국이 문을 열라고 하던 개화기 때, 우리 민족은 닫아 걸기에 급급했다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100여년만에 다시 제기되고 있는 국가전략의 필요성. 방향은 여는 쪽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여느냐다. 개방과 투자유치, 동북아 물류의 중심, 허브(중심축)로서의 기능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극적인 무역입국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작지만 강한 한국’을 건설할 신통상전략이 세워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재기자 jjlee@hk.co.kr

■이종재기자 싱가포르등 4개국 르포

“코리아, 아직 멀었습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물론 말레이시아와 태국 중국, 그 다음에나 생각해볼 투자대상입니다.”

필립스의 대외전략책임자 우스터벨트씨는 “외국인 투자에 관한한 한국에서 더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매우(very very) 폐쇄적인 나라’라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우리는 한다고 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투자환경은 전혀 ‘아니올시다’인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들은 이 말은 사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벨기에 등을 둘러보며 받았던 느낌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더구나 필립스는 지난해 우리나라에 16억달러나 투자한 기업인데도 한국 투자환경에 대한 대외책임자의 평가는 완전히 ‘제로’였던 것이다.

사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외국인 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암스테르담에 파견돼 있는 싱가포르 경제발전국(EDB) 공무원은 수시로 필립스에 들른다. “싱가포르 투자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추가 투자계획은 없습니까.” 매번 같은 질문이다. 이 공무원은 인근지역 50여개 기업명단을 들고 똑같은 업무를 계속한다. 싱가포르는 세계 각국에 이같은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배치해 놓고 끊임없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다.

5월9일, 안트워프항이 있는 벨기에 항만청. 국기게양대에 벨기에 국기와 나란히 태극기가 걸려 있다. 안트워프항을 보기위해 찾은 한국 시찰단을 위해서다. 설명회에는 세명의 관계자가 돌아가며 잠시도 쉬지않고 안트워프항의 강점을 설명했다. 한국 해운회사를 하나라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투자개발청(IDB) 관리들은 총리를 수시로 면담할 수 있고 다른 부처에 직접적인 지시·협조도 가능하다. 외국인투자유치만을 전담하고 있는 기관이지만 국가적으로 최고의 힘을 부여받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IDB만 찾으면 현지투자에 어려움은 없다.

그야말로 원스톱 서비스 기관이다. 외국기업에는 세금도 다른 나라의 3분의 1만 받는다. 그저 와서 생산활동만 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아일랜드 수출 800억달러 중 80%는 1,140개 외국기업의 몫이었다,.

벨기에는 언어를 경계로 남북이 완전히 갈려있다. 전국적인 방송사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로 경쟁한다. 당초 시찰단은 북부 플란다스 투자청만 일정에 넣었다가 남부 왈로니아 투자청의 요청에 의해 부득이 투자설명회를 들어야 했다.

전 공무원이 나서 투자를 유치하는 나라, 태극기까지 내거는 세심한 배려, 투자유치기관에 최고의 기능을 부여한 정부조직. 국가경쟁력 세계 2, 4위하는, 작지만 강한 나라들이 외국인투자를 위해 벌이고 있는 예외없는 노력들이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이후 투자유치에 나서 그런대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시들하다. 말뿐인 원스톱 서비스, 터무니없는 제시, 심지어 외국인투자가 왜 필요하냐는 ‘무용론’까지 있다. ‘국부 유출, 국내 산업 기반붕괴론’은 좀처럼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뛰는데 우리는 100년전처럼 뒷짐에 논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종재기자

j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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