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의 실상을 보면, 이 나라의 국토 관리가 거의 통제불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적 사례 하나가 팔당호 수질 관리문제다. 팔당호의 호반에는 러브호텔, 유흥시설, 아파트단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따라 허가를 내줬고, 건물주와 사업자들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설물을 짓고 있다고 한다.이런 법제도와 행정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용담리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다. 호반에 바짝 붙여 하루 오폐수 180톤을 방출하게 될 이 아파트단지를 짓는 것은 상수원 보호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수려한 경관을 해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반(反)환경적이다. 시민 정서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건축행위다. 그런데도 팔당호 수질관리를 책임진 환경부는 현행법상 규제할 방도가 없다며 속만 앓고 있다. 기막힌 일이 아닌가.
그러나 문제된 아파트는 팔당호에서 눈에 잘 띄는 한가지 상징에 불과하다.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호반으로 들어가면 이곳 저곳에 건물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건물들이 팔당호를 둘러싸게 될지 모른다. 이런 난개발로 2,000만 수도권주민의 상수원을 보호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비난여론에 직면한 환경부는 부랴부랴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환경정책관련 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광역상수원 및 특별대책지역에서 공동주택 건축 허가를 내줄 때는 환경당국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것이 개선 골자다. 무대책보다는 낫겠지만 이런 소극적 대처라면 팔당수원지를 1급수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표명은 공염불로 들린다. 이미 허가가 나간 건축물은 계속 들어찰 것이다.
팔당호 대책은 어차피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안된다. 정부가 관리하는 수변구역을 넓혀나가야 하고 호반의 인간활동은 최소한으로 규제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의 부담이 늘더라도 팔당 상수원보호 대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건교부의 개발논리와 환경부의 환경논리가 정부안에서 따로따로 노는 상황으로는 팔당물이 깨끗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한강물이 깨끗해지려면 200만명이 사는 상류에서 팔당호 수변지역에 이르기까지 국토관리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을 얘기할 수가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