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순항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외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어제 경제부처 장관들은 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 등 일부 불안기미도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키로 했다는 것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우리 경제 관료들의 이같은 호언을 국민들은 믿고 싶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왔던 IMF체제 같이, 지금 우리가 너무 자만하다가 또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우선 어느 곳을 둘러봐도 개혁의 진행이 ‘그 정도면 됐다’고 인정받을 만한 분야가 거의 없다. 특히 재벌·정부 분야가 그렇다.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변모했는지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경제가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제부처간 불협화음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처간에 논리정연한 주장으로 서로 토론하면서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라면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도 않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 부총리제 부활을 앞두고 ‘경제 실세들’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해석도 제기된다. 감투 싸움이 나라 경제를 멍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정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어제 간담회에서 자주 회의를 열어 부처간 입장을 조율키로 했다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부실 금융기관에 들어간 공적 자금은 총 90조원에 이르며 앞으로도 30조원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발표는 투입된 공적 자금 규모와 향후 필요액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 자금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해 결국 금융시장의 불안만을 증폭시켰고, 이번 발표도 마지못해 하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때문에 30조원으로 금융 구조조정이 완결되는 것인지, 추가로 또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시장은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경제가 이념을 대치하는 시대에, 정부가 기본적으로 할 일은 분명하다. 그것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때 정책은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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