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확산되고 있는 ‘경제위기’ 진단에 대처하는 집권 민주당의 의지와 자세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경제개혁의 ‘뒷심’이 돼야 할 민주당이 위기대처에 한발짝씩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이 정부쪽만 쳐다본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혹평도 들린다.민주당 공식회의에서 경제문제가 거론된 빈도수를 되짚어 보면 민주당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4·13 총선이후 당 전체회의에서 경제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딱 2번뿐이었다.
경제문제를 다룬 성명이나 논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이인제 상임고문과 김근태 지도위원 등이 우리 경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 및 현대투신을 비롯한 금융 구조조정 문제 등을 거론했으나 깊숙한 토론이 이뤄진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가장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당 정책위도 굼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주례보고 등을 통해 김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표시한 사항, 즉 남북정상회담 지원, 외국인 노동자 인권보호, 수도권 과밀해소, 고액과외 대처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는 기민함이 돋보였다.
그러나 무역수지 악화조짐,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미진, 유가상승을 비롯한 대외 경제여건 악화 등 경제위기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이해찬 정책위의장 체제가 출범한 지 한달밖에 안된 탓도 있으나 재경부, 금융감독원 등 경제부처의 업무보고 이외에는 제대로 된 당정협의는 거의 없었다.
총리주재로 열리는 고위 당정협의도 참석대상인 자민련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공적자금과 관련해서도 당초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자금 추가조성을 거론했다가 정부쪽에서 이를 부인하자 말이 바뀌는 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해찬의장은 “위기론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며 “당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제2정조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위기로 보지 않는다”면서 “당이 움직이면 정치논리 개입이라고 하고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라고 하니 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