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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약초박사 김재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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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약초박사 김재길씨

입력
200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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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절정의 드라마 ‘허준’에 생소한 이름의 약초나 약재가 자주 등장하면서 각종 약초의 효능과 쓰임새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충북 청주시 석교동에서 동제원 약국을 운영하는 김재길(金在佶·63)씨는 이런 궁금증을 가장 확실하게 풀어줄 수 있는 국내 천연약초 연구의 대가이다. 김씨는 한의학의 근간인 천연약초 연구를 위해 40여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약용식물 채집과 성분 연구에 몰두, 세계적인 희귀식물 수십종을 발견했는가 하면 약초 관련 서적을 끊임없이 펴내고 있다.

김씨가 약초연구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49년 초등학교 시절.

어미 족제비가 구렁이에 물려 죽어가는 새끼 족제비에 은행잎을 따다 덮어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보고 “별것 아닌 식물이 인체에 엄청난 효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어들었다. 이후 한약방을 하는 집안 아저씨를 따라 약초를 캐러 다니다 26살 늦깎이로 충북대 약대에 입학한 뒤에는 약초 채집을 위해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계적 희귀종을 발견, 김씨 자신이 학명을 붙인 식물만 ‘각시족두리풀’‘털현호색’‘삼도하수오’등 10여종에 이른다.

또 국내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은꽃대’‘산천궁’등 50여종을 발견, 학계에 발표하기도 했다.

군사분계선에서 한라산까지 산골이라면 안가본 곳이 없는 김씨는 지난 84년 5,000여종의 약초를 집대성한 ‘천연약물원색대사전’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총 3,4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자는 약초 하나하나를 컬러사진과 함께 특징, 쓰이는 부위, 올바른 처방법, 감별법까지 상세히 담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12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김씨는 이후에도 ‘약용식물재배학’, ‘정선한방약물요법’등을 펴냈고 95년에는 중국정부 산하 중국의학과학원과 공동으로 ‘동양전통약물’이란 약초도감을 펴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0여년간 새로 발견한 800여종의 약용 식물을 추가해 올 안에‘천연약물원색대사전’의 증보판을 발간할 계획이다.

충북대 약대 강사 시절 학생들로부터 ‘제2의 허준’이란 별칭까지 얻었던 김씨는 “생약연구를 이을 후학 양성에 평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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