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믿어도 될까?’그러나 적어도 인터넷을 통해 들여다본 바로는 “이번에도 역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다수 총선후보가 선거 전에는 저마다 화려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미고 젊은 네티즌들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는 등 ‘새시대 사이버정치의 적임자’임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선거 한달여가 넘은 현재 대부분의 당선자 사이트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일절 손을 안댄 상태로 버려져 있다. 선거 전후가 완연히 다른 예년의 정치인들 모습 그대로다.
◆A당선자 사례
“포곡면 양지면 등을 방문해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오후2시 농협주차장에서 정당연설회를 갖고 주민들에게 한표를 호소했습니다.”
16일 경기도 여당 A당선자의 홈페이지에 표시된 최신 ‘오늘의 동정’이다. 당선사례문으로 시작하는 이 당선자의 홈페이지는 업데이트가 전혀 안된 채 곧바로 총선 격전현장으로 되돌아간다. ‘보도자료’ 항목을 클릭하면 “새시대 새일꾼 정책으로 승부 건다. 마지막 바닥표 훑기에 총력 다해”가 가장 최근 자료로 올라 있다. 더욱이 이 당선자는 굴지의 재벌그룹 정보통신계열사 사장을 역임, ‘정보화마인드’를 인정받아 장관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B당선자 사례
당선사례조차 과감히 생략한 채 역사를 거꾸로 돌린 케이스. “새천년 새날이 밝았습니다. 희망찬 21세기 새해를 맞이하여 ... ”로 시작되는 홈페이지는 게시판에 간간이 올라오는 민원성 글을 제외하면 개점휴업 상태다.
이 당선자는 15대 국회에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과 정책위 정책실장을 지낸 야당 정책통으로 컴퓨터 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 사례
충청권의 C당선자 역시 지역민에 대한 감사의 글을 제외하면 가장 최근 자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D씨는 자신의 원래 지역구에서 선출된 같은 당 E모당선자를 제쳐두고 홈페이지에 자신을 지구당위원장으로 표기해 놓았다. 졸지에 지구당위원장직을 도둑맞은 E당선자측 관계자는 “2월달에 위원장이 교체됐는데도 그 뒤 D씨가 홈페이지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잘된 사례
선거 전후의 태도가 시종여일한 당선자는 손꼽을 정도. 서울 강서을 김성호(金成鎬) 당선자는 홈페이지에 ‘5월18일 여야초선의원 망월동 참배’ 등 주간 일정 등을 그날 그날 게재하고 있다. 전국구 당선자인 홍사덕(洪思德) 당선자와 서울 영등포을의 김민석(金民錫) 당선자 역시 홈페이지 토론실과 자유게시판을 통해 네티즌과 끊임없이 정책토론을 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네티즌 반응
최 열(崔 冽) 전총선시민 연대 공동대표는 “대다수 정치인이 선거운동기간만 유권자를 위하는 척하는 구태를 아직도 못버렸다”며 “의원들이 4년 내내 네티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정기적으로 홈페이지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 신모(32)씨는 “정보화 마인드를 갖췄다는 장관 출신마저 관심을 끊었는데 다른 정치인은 말해서 뭐하겠냐”며 어처구니없어 했고, 박모(23)씨는 “이는 단순히 홈페이지 운영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숱한 유권자와의 약속이 이번에도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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