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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작가에 볼거리는 없더라

입력
200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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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사랑의 전설' 이달 종영방송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드라마였다. 작가 명성이 큰 몫을 했다. ‘히트 제조기’라는 김수현의 SBS 수·목 드라마 ‘불꽃’. MBC 드라마 ‘마지막 전쟁’에서 30대 부부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 신예 작가로 주목을 받았던 박예랑의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전설’. 두 드라마가 18과 23일 각각 끝이 난다. 그러나 작가의 이름 값을 못한 채.

“다시는 놓치지 않을거요…같이 죽는 한이 있어두. 절대 다시는 안 놓쳐요 절대로… 다시는…”(강욱) “나를 사랑하나요?”(지현) 이영애와 이경영의 마지막 대사다.

이경영 이영애 조민수 차인표 등 네 사람의 사랑 방식을 통해 요즘의 사랑의 모습을 표출하려했던 ‘불꽃’은 시청률에서뿐만 아니라 김수현의 명성에도 금이 가는 작품이었다. MBC의 같은 시간대 ‘진실’과 ‘나쁜 친구들’에게 눌리다 최근 종반부로 치닫으면서 25-36%의 시청률을 기록해 ‘이브의 모든 것’을 눌렀다. 방송 시간을 MBC보다 10여분 정도 늘이는 무리수를 두면서.

김수현의 강점은 드라마 속에서 반관습적·반통념적 가치를 기존 가치보다 우위에 놓아 인간이 갖는 이중적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불꽃’은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랑과 야망’ ‘청춘의 덫’ 등 기존의 김수현 드라마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등장 인물 역시 기존 드라마의 캐릭터와 유사점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한 달을 보지 않고도 드라마 진행 상황을 이해했다”는 한 시청자의 지적처럼 너무 장황하고 느린 상황 전개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초래했다.

이에 비해 30대 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네 남녀를 통해 바라 본 ‘사랑의 전설’은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채 끝이 난다. 16일 마지막 대본을 쓴 박예랑은 “드라마를 통해 사랑만이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 아니며 상대에게 진정으로 선택의 자유를 주면 참사랑은 꽃이 핀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드라마에서 작가 박예랑은 실제 생활과 인물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묘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불륜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 드라마 중반부터 방향성을 잃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두 드라마는 ‘불륜’이라고 인식되는 소재를 선택했다. 하지만 정작 불륜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불륜이 드라마 상황에서 필연적이라면 우회하지 말고 정공법을 구사해야 했다는 지적이 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고 시청자도 변했으니까.

● 어떻게 끝나나

◇불꽃

지현과 종혁(차인표)부부와 강욱과 민경(조민수)부부는 각자 이혼하고 강욱은 1년간 일본 유학을 다녀온다. 강욱과 지현은 서로의 이혼 사실을 뒤늦게 안다. 친구의 수술을 돕기 위해 대구에 머물고 있는 강욱에게 지현은 전화를 걸고 두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게된다. 각각 서울과 대구에서 출발해 차 안에서 나누는 지현과 강욱의 애절한 전화 통화는 파타야에서 불꽃처럼 피어올랐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처럼 암시한다. 김수현은 대본 마지막에 ‘S# 81-마지막 엔딩 커트는 정(정을령)감독님 몫’이라고 썼다. 정PD는 “처음 강욱을 교통사고로 숨지게 하려 했으나 너무 잔인해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장면으로 끝냈다”고 말했다.

◇사랑의 전설

가슴앓이를 하게 했던 영희(황신혜)의 첫사랑 민석(최민수)의 존재를 안 영희의 남편 정환(김상중)은 언제든지 돌아오라는 말을 남기며 이혼을 한다. 뇌종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며 수술을 거부하던 민석은 영희의 설득으로 수술을 받아 살아나지만 실명한다. 실명한 민석은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서고 민석을 사랑했던 지혜(이승연)역시 본업인 변호사일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혼한 영희와 정환도 재결합하지 않고 친구로서 지내며 각자 생활에 최선을 다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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