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신용구 지음, 뜨인돌 발행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켰다. 이날 부산대학교 정문에서 계엄군이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발포했기 때문이다.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사태. 28일 박정희는 여전히 강경진압을 고수하고 29일에는 마침내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또한번 요란한 총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30일 밤. 계엄군 지휘관들마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가운데 청와대 집무실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대통령 박정희의 자살이었다’.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는 만약 10·26이 없었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이다.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 가정이지만, 저자는 안양중앙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재직중인 정신과 전문의다. 유년기부터 10·26까지 박 전 대통령의 내면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해 내린 과감한 결론이다.
저자는 박 전 대통령의 신경증적 불안과 강박, 억압, 의심 등은 유년 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어머니로부터 “널 떼려고 무진 애를 썼었다”는 말을 자주 들음으로써 무의식적 유기(遺棄) 불안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청년 시절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도 권위적이고 무자비한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적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육영수는 박 전 대통령의 충동적인 면을 조절해 주는 강력한 초자아이자 어머니였다. 하지만 육영수의 죽음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무의식 속에 담겨있던 유기 불안과 죽음의 공포는 다시 증폭됐고 이는 성(性)적 방황과 함께 결국 자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흥미로운 정신분석과 자살 가정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과연 박 전 대통령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본 것일까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한 결과가 아닌, 2차 자료에 의한 분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인물 ‘박정희’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분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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