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들NHK 위성방송 ‘생물의 묵시록’ 제작팀 지음
한상훈 옮김·도요새 발행
‘지구상의 사라진 동물’은 멸종동물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바바리 사자’ ‘배드랜드 큰뿔산양’ ‘캄차카 자이언트불곰’ 등 20세기 들어 이 땅에서 사라진 동물 91종에 대한 보고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을 연상하면 오산이다.
첫번째 동물로 등장한 ‘바바리 사자’. “멋진 금색의 갈기털이 머리에서 등 한가운데까지 덮여, 그 모습은 위엄과 기품이 넘쳤다. 백수의 왕이라 부를만한 사자… 그러나 바바리사자의 역사는 한 순간도 평화가 없는 박해의 역사였다.” 종의 분류, 습성 등 생물학적 특성만을 나열하는 무미건조한 백과사전식 설명을 뛰어 넘는다. 책은 인간 사회의 한편에서 고군분투했던 동물의 역사,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문학적으로 그려간다.
최후의 ‘초승달 발톱꼬리 왈라비’가 1964년 인간의 총에 맞아 죽을 때를 책은 이렇게 묘사한다. “그가 ‘손 돌리는 오르간 연주자’처럼 앞발을 돌리면서 뛰고 있는 순간, 무자비한 인간의 총알이 날아왔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듯한 기묘한 동물의 최후는 너무나 허무한 것이었다.” 햄릿에 등장했던 ‘카스피 호랑이’의 ‘불타는 듯한 두 눈’도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면서 1958년 이후로 두번 다시 불빛을 발하지 못했다. 또한 너무 잘 생긴 큰 뿔 때문에 배드랜드 큰뿔산양도 사라졌다. 나폴레옹이 유배지 세인트 헬레나에서 봤던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붉은 잠자리’ 대군도 공장 덕택에 이제 아무도 보지 못한다. ‘극락잉꼬’ 역시 이 지상에 잉꼬들의 극락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홀연히 사라져 갔다. 영국 왕실의 요크공은 뉴질랜드에서 ‘불혹주머니 찌르레기’를 사냥한 후 무심결에 모자에 깃털을 꽂았다. 이것은 곧바로 불혹주머니 찌르레기에겐 죽음을 부르는 유행이 되고 말았다.
책은 멸종동물들을 마치 무자비한 운명에 희생당한 비극적 주인공처럼 되살려냈다. 때문에 가히 ‘생물의 묵시록’이라 부를 수 있을 이 책은 인간의 안이한 환경의식에 소스라치는 충격과 비극적 정염을 던진다. 그것은 또다른 관점에서 본 추악한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이 책의 원작인 다큐멘터리 제목이 ‘20세기 생물의 묵시록’이다. 일본 NHK 위성방송이 1995년부터 1년간 방송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펴냈다. 책은 또한 환경운동연합의 최열 사무총장이 새롭게 차린 환경·생태 출판사 ‘도요새’의 ‘도요새문고’ 첫 권으로 나와 더욱 값지다. 도요새 문고는 이와 함께 최성각의 생태소설집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 최승호의 생태시선집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를 함께 냈다. 한상훈 옮김. 6,800원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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