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재경선 관전포인트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부총재가 14일 총재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 총재 경선은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김부총재, 강삼재(姜三載) 의원, 손학규(孫鶴圭) 당선자가 도전하는 ‘4파전 구도’로 굳어졌다.
각 후보 진영은 서로 차별화한 이미지와 경륜, 인맥, 비전 등 나름의 장점을 내세우며 이미 치열한 득표전에 들어갔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총재경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이총재 얼마나 차지할까
이번 총재 경선을 누구나 ‘1강(强)3약(弱)’의 구도로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총재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각 후보 진영의 관심은 이총재의 득표력에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선 현재 80%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전당대회 유권자인 대의원들의 표심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지구당위원장들이 공천파동이후 80% 이상 ‘친창(親昌)’ 인사들로 물갈이됐기 때문.
총재실의 한 측근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영남표 응집력이 보여주듯 정권교체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될 사람을 밀어주어야 한다’는 대세론이 대의원들 사이에도 굳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은 이총재에게 거꾸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 야당에 비판세력없이 한 사람만 독주하게 되면 모양새는 물론이고 실제로 대선행보에도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이총재의 득표율이 60-70%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나친 독주를 의식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대세가 굳어졌다고 생각한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등은 누구?
이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사실상 득표율 2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2위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3약(弱)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당내 계보를 가지고 있는 데다 호남지역과 수도권지역 대의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김덕룡 부총재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
강삼재 의원은 사무총장을 두차례 지내면서 사무처 요원들에게는 호감을 얻고 있지만 텃밭인 부산·경남에서도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손학규 당선자는 사실상 당내기반이 취약해 바람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
실제로 김부총재측은 2위를 장담하며 득표율을 올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20%만 넘어선다면 이총재를 제외한 당내 제2인자의 입지를 사실상 굳히는 것은 물론, 이총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강삼재 의원과 손학규 당선자가 2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업그레이드(몸값올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 김부총재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한나라 부총재 1등 누굴까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누가 1등을 하느냐다. 현재 출마를 공식 선언했거나 할 예정인 후보는 줄잡아 15명선. 이 가운데에는 당선이 1차 목표인 후보가 다수지만 내심 1위 자리를 노리는 후보도 여럿이다.
경선 부총재는 기존의 지명 부총재와는 권한과 위상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더구나 1위로 뽑힌 부총재라면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부총재 경선과 관련된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할 때 일각에서 총재 대행 부총재를 경선에서의 득표순으로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가장 유력한 1위 후보는 박근혜(朴槿惠)의원이다. 박의원이 일반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대중적 인기도와 대의원의 표심은 다를 것이라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초반 점검 결과, 대의원의 지지도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여권 성향의 40대 이상인 대의원의 비중이 큰 데다 30% 가까이 되는 여성표가 박의원에게는 도움이 된다. 게다가 투표 방식이 2인 연기명인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분석. 박의원이 총재 후보인 김덕룡(金德龍)의원과 연대에 성공, 호남표까지 흡수한다면 1위 목표를 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이부영(李富榮)의원도 1위권에 근접해 있는 상태. 이의원은 공천 과정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세를 구축했다. 1년여간 총무를 맡으면서 이총재와의 교감도를 한껏 끌어올린 것도 득표에는 플러스 요인.
이의원에게는 부쩍 목소리가 커진 당내 초·재선 그룹의 지원이 큰 힘이 될 듯 하다. 이 그룹에서는 여러 부총재 후보 가운데 이의원이 가장 두터운 인맥을 자랑한다.
일찌감치 표밭을 다져온 김진재(金鎭載)의원도 1위 후보 다크호스. 5선의 무게에다 4·13 총선 때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의석을 싹쓸이한 공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총재와도 지근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지역 출신 후보 단일화가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김의원측은 “사실상 단일화나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대구의 강재섭(姜在涉)의원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강의원은 우선 대구 경북에서의 몰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태.
지난번 총재 경선 때의 토니 블레어론의 여운도 기대하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는 이총재와 같은 길을 걷기로 한 만큼 이총재의 지원 사격도 어느 정도는 확보돼 있다. 중앙당 사무처 요원들의 호감도가 높은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한나라 초.재선 "부총재 독자후보 없다"
‘경선 러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후끈 달아오른 한나라당 부총재경선에 독자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나라당 초·재선그룹들은 독자후보를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부총재 경선이 2인 연기명제로 되면서 승산이 없어졌기 때문.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한 관계자는 14일 “2인 연기명제는 사실상 이변이 있을 수 없는 게임의 룰”이라면서 “괜히 나서서 정치적 타격만 입을 수 있는데 뭐하러 나가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초·재선 그룹을 한데 묶을 만한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것도 독자후보를 내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 실제로 미래연대 소속 당선자들마저도 모두 ‘정치적 뿌리’가 달라 의견접근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미래연대 남경필(南景弼)공동대표는 “미래연대가 앞으로 당내에서 할 일이 많은데 섣불리 독자후보를 내세울 경우 오히려 단합만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래연대는 독자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나름대로의 개혁적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개혁적 인사를 지원하는 방침을 검토중이다.
또 15일 당선거관리위원회가 발족되는 대로 총재·부총재 경선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권역별 토론회 및 연설회 개최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키로 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