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선생 15일 九旬잔치'인연'의 작가 피천득(皮千得) 선생이 구순(九旬)을 맞았다.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을 발표하며 등단한 게 1930년이니 문학인생만 70년이다. 제자들이 구순잔치를 15일 신라호텔에서 연다. 한국 현대문인 중 최초의 구순잔치.
번잡함을 싫어해 한사코 마다했지만 그 또한 "사람들을 섭섭하게 하는 일일 것 같아"허락했단다. 그래서 원래 생일은 29일이지만 제자들의 뜻에 따라 15일로 정했다.
서울 서초구 구반포의 저층아파트에서 몸이 많이 편찮은 부인 임진호(林珍鎬.82)씨와 단 둘이 사는 피천득 선생은 여전히 글을 쓴다.
1996년에는 86세의 나이에 새로 수필집을 내기까지 했다. "시는 아직 쓰고 있어. 수필은 간간이 잡지사에서 청탁이 오면 쓰기는 하는데 이제는 조금 버거워. 책읽기는 계속하지." 요즘은 시력이 많이 떨어져 그의 독서는 '읽기'라기 보다는 '듣기'다.
오디오북(책을 테이프에 녹음한 것)을 통해 셰익스피어나 예이츠, 바이런의 작품을 주로 듣는다. 그리고 가끔 제자들이 찾아와 하루종일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녹음해서 보내주는 후배문인도 있다. 그가 말한 젊음의 비결은 소식(小食)과 무욕(無慾)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정의하면 '젖은 볏짚 타듯'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모든 것에 욕심을 버리면 평화로워지고 몸도 건강해져. '인연'에서의 사랑이 안타까운건 아마도 뭉근한 불같은 삶의 자세 때문일거야." 밤 11시면 잠들고 아침 6시면 깨는데 신문보고 토스트로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늘 산보를 간다.
하루 종일 음악을 많이 듣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슈베르트나 브람스 같은 낭만주의 음악이 그가 즐겨 듣는 곡들이다. "내년 쯤에는 북유럽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그곳에 얼마간 머물면서 좋은 글 몇 편 써 볼 작정이야."
15일 열리는 구순잔치에는 평소 그를 따르던 조정래 최인호 이해인씨 등의 문단후배들과 아끼던 제자들인 심명호(서울대) 김우창(고려대)교수, 그리고 지인인 김재순 전국회의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기철 기자 kim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