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3안타 '완벽투'…홈런왕 맥 '제압'‘누가뭐래도 코리안특급은 나.’ LA다저스 타선을 농락하며 시즌 첫 승을 거머쥔 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자극제였을까.
코리안특급 박찬호(27)가 14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니널스와의 원정경기서 8이닝동안 3안타(1홈런), 1실점하면서 4수끝에 시즌 4승고지를 밟았다. 방어율도 5.72에서 4.94로 낮아졌다. 다저스 3-1승.
특히 박찬호는 세인트루이스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아 자신의 한 경기 최다탈삼진기록을 다시 썼다.
종전기록은 1998년 7월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서 기록한 11개(표참고). 올 시즌 24개의 탈삼진중 절반을 이날 한 경기에 몰아서 잡아냈다.
이날도 출발은 불안했다. 박찬호는 1회말 톱타자 페르난도 비냐에게 불의의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 좌타자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낙차큰 커브가 제대로 제구되며 상대타선을 압도해나갔다.
데이브 존슨감독이 박찬호의 전담 포수로 기용한 채드 크루터와의 호흡도 돋보였다. 7회까지 투구수를 100개로 조절해 완투에 바짝 다가선 것도 큰 수확이었다. 0-1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8회 동점을 만든뒤 9회초 공격에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2사 1, 3루에서 마크 그루질라넥이 좌익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를 쳐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여 3-1로 경기를 뒤집었다. 박찬호는 9회 1사 상황에서 대타 데이브한센으로 교체됐으나 9회말 제프 쇼가 무실점으로 상대타선을 막아내 승리를 챙겼다.
관심을 모은 마크 맥과이어와의 대결에서도 삼진1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틀어막았고 차세대 랜디 존슨 릭 앤키엘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박찬호는 19일 오전3시20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다.
●표 박찬호 역대 삼진 기록
등판일시 상대팀 탈삼진수 특이사항
2000.5.14 세인트루이스 12 통산699탈삼진
2000.4.23 신시내티 5 시즌3승, 통산50승
1999.7.23 콜로라도 9 패
1998.9.11 샌디에이고 10 승
1998.8.16 애틀랜타 9 패
1998.7.25 애리조나 11 승
1997.9.18 샌프란시스코 9 패
1997.7.21 애틀랜타 11 승
●9회 LA공격때 악송구가 관중석으로 '진풍경'
9회 1사 주자 1, 3루. 다저스의 마지막 기회, 안타 한방이면 역전에 성공해 박찬호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타 홀랜스워스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마크 그루질라넥의 차례가 왔다.
볼카운트 2-1에서 친 타구가 3루수 폴란코를 통과해 좌측 펜스까지 굴러갔다. 3루주자는 무사히 홈을 밟고 1루주자도 3루를 통과했다.
순간 세인트루이스의 좌익수 래이 랭포드가 던진 홈송구가 3루 관중석에 박혀 버렸다. 타자주자 그루질라넥은 홈까지 질주했지만 심판판정으로 다시 3루로 돌아가야 했다.
야구규약 7.05조 부기(附記)는 야수 악송구에 의해 공이 스탠드속으로 들어가는 등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경우, 악송구 발생 당시의 타자주자의 위치에 따라 투 베이스의 안전진루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은 좌익수 랭포드의 악송구 시점에 그루질라넥이 이미 1루를 통과했다고 간주해 그루질라넥은 3루, 앞선 주자 2명은 모두 홈을 통과한 것으로 인정됐다.
●찬호가 승리투수가 된 까닭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진출이후 제일 뛰어난 투구를 하고도 자칫 승리를 따내지 못할뻔했다. 박찬호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8회까지 단 2안타, 1실점에 삼진을 12개나 잡아내고 마운드를 넘겨줬다.
8회까지 스코어는 1-1. 당연히 박찬호가 9회말에 나오지 않았다면 승리투수는 구원투수의 몫이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행운이 따랐다.
9회초 팀 공격 1사 1, 3루에서 박찬호는 대타 홀린스워스와 교체됐다. 박찬호는 1-1이던 8회까지만 투구를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으로 공식기록된다.
그러나 공식기록원이 승리투수를 결정할 때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게 된다. 박찬호의 경우도 메이저리그 규약 10.19조 D항에 의해 승리를 따냈다.
D항은 투수가 대타자 또는 대주자와 교대하고 물러난 이닝에 자기편이 리드하고 있거나 득점을 올려 자기편이 리드를 되찾았을때 승리투수의 기록을 결정하는데 있어 그 투수의 임무중 얻은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박찬호가 9회초에 타석(대타로 교체되는 것 포함)에 들어설 기회가 없었다면 승리투수는 박찬호가 아닌 9회말에 등판한 구원투수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9회초에 박찬호에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져 시즌 4승을 따낼 수 있었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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