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용수철 처럼 튀어 오르면서 세계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지난 3월초 배럴당 34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증산 개시 이후 한동안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제 원유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로 반전하더니 불과 한달여만에 또다시 3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5개월만에 최저치인 23.85달러까지 떨어졌던 뉴욕시장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12일 한때 3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9.62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석유시장의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한달여만에 배럴당 7달러나 폭등, 3월말 OPEC의 증산합의 이후 처음으로 28달러선을 돌파하면서 28.30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석유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산유국들이 추가증산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이 없을 경우 세계적으로 오는 3·4분기에 하루 22만 배럴, 4분기엔 172만 배럴의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와 멕시코, 베네수엘라 3개국 석유장관들은 11일 멕시코에서 회담을 가진뒤 현재의 유가 수준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다음달 OPEC 각료회의에서 추가 증산이 필요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가가 이처럼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들과 OPEC간에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들은 12일 샌디에이고에서 이틀간의 회동을 마치면서 OPEC 산유 정책의 ‘융통성 있는 변화’를 일제히 촉구했다.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장관은 “현재 유가는 분명히 너무 높다”면서 내달 OPEC 각료회담에서 산유량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루이스 텔레스 멕시코 에너지장관은 OPEC도 나름대로 수급 안정 체제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소비국들의 OPEC 정책변화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OPEC 증산합의때 유가가 배럴당 22-28달러 범위를 20일(시장개장일 기준) 연속 벗어날 경우 자동적으로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 또는 감산키로 이면 합의했음을 상기시켰다. 베르나르도 알바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차관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다시 돌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최근의 고유가는 투기성 거래 확대와 부족한 가솔린 재고를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