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로비 의혹에 얽힌 무기거래 로비스트와 고위 공직자의 스캔들이 여전히 화제다. 사건의 본질을 밝혀야 할 검찰이 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얄팍한 호기심에 영합하는 말과 글만 더 쏟아지고 있다. 언론이 ‘몸로비’란 천박한 단어를 스스럼없이 쓰는가 하면, 공영방송은 여성 로비스트가 가수시절 자기네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실을 특종이라도 발굴한 듯 떠들며 노래까지 틀어댄다. 정말 지엽말단에 매달려 노는 모습이 한심하다.■흔히 언론의 선정성을 탓하는 이들도 나이 지긋한 공직자의 ‘연애편지’에 감탄하고, 그 정서를 분석하는 데 알량한 지식과 관대함을 과시한다. 정신과 의사에 소설가까지 나서 ‘성공한 남자들의 일탈충동’ 따위를 논하는 것이 우습다. 막중한 공직의 책임을 저버린 이들의 흔해빠진 일탈심리를 분석하고 동정하는 것은 사석에서나 할 일이다. 국민의 혈세와 권력자들의 도덕성, 정권의 신뢰가 걸린 사건의 진상부터 밝힌 다음, 한가로이 논하라는 말이다.
■연애편지에 관심을 가질 진정한 이유는 그 내용보다 출처에 있다. 도대체 은밀하게 주고받은 연서가 어떻게 언론에 유출돼 사단이 났는가가 못내 궁금한 것이다. 어쩌면 유출경위를 밝히는 것이 이미 진상이 충분히 짐작되는 추문과 비리 자체보다 중요할지 모른다. 사건이 터져나온 배경에는 정치적 파장을 노린 음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엔 국내외 정보기관과 관련된 이런저런 분석과 억측이 떠돌고 있다.
■실체도 분명찮은 인물이 미국 정보기관원을 사칭, 스캔들의 당사자를 협박했다는 주장을 주목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정보기관의 감시대상이었을 것이다. 편지검열은 전통적 감시수단이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도 고전적이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모토는 ‘사랑과 전쟁, 정보활동은 언제나 정당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하지도 않은 사랑보다, 은밀한 정보전쟁에 관심갖는 게 재미 또한 훨씬 진진할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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