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A-10 지상공격기가 폭격연습중 민가에 피해를 준 사고로 미군 사격장을 둘러싼 주민들과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수십년 째 전국 곳곳에서 지속되는 비슷한 갈등과 논란을 마냥 그대로 둘 것인가를 새삼 자문하게 한다.국가안보에 긴요한 미군주둔과 훈련에 따른 부담과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좀 더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한미관계가 대등한 지위로 발전했다고 두 나라 정부가 공언해 온만큼, 이를 실천하는 자세가 아쉽다.
지난 8일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일대 폭격훈련장은 육상 50만평과 해상 740만평에 이르는 규모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중이던 51년 폭격훈련장이 들어선 이래 토·일요일을 빼고 매일 대지공격과 해상폭격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매일 전폭기 30-40대가 민가에서 500여㎙ 떨어진 육상표적과 뭍에서 1-2㎞ 거리의 해상에 400여 차례 사격과 폭탄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주민 피해는 소음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여러차례 훈련장을 벗어난 오폭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10여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 또한 막대하다. 미군측이 “엔진고장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폭탄 6발을 투하했다”고 해명한 8일 사고 때도 주민 7명이 다치고 주택 수백채가 파손됐다. 주민들이 겪는 불안감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미군측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나도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미군당국은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피해보상 문제는 우리 국방부를 통해 해결하라는 자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뒤에는 주민들의 훈련중단 요구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대규모 야간훈련을 실시해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다른 지역의 비슷한 사고 때도 되풀이 나타나고 있다. 오만하고 성의없게 보이는 대응이 주민들의 반발을 부추겨 우호를 해치는 것은 미군 쪽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이 시대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불가피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성의있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층 한심하다. 상호방위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의 제약이 있다지만, 뚜렷한 대책없이 미군주둔과 훈련에 따른 피해를 방치하는 것은 주권국 정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안보를 위한 협력이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앞선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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