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 의혹 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만석(59)씨는 언제, 어떻게 해외로 도피했을까. 특히 최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K(49·여)씨의 출국 사실이 출입국관리기록에서 드러나 검찰이 최씨 등의 해외도피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도 함구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이는 수사관들이 최씨가 잠적한 후 지난해 말까지 K씨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자주 오다가 언제부터인가부터 찾아오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말에서 뒷받침된다.
◆출국시점 = 최씨가 해외로 도피한 시기는 검찰의 1차 소환을 받은 지난해 10월말께 부터 K씨가 캐나다로 출국한 1월6일 사이로 보인다. 10월께 입국해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최씨는 검찰 수사가 점점 자신을 옥죄어 들어오자 곧바로 잠적했다.
검찰은 최씨가 종적을 감추자 지난해 11월9일 수배와 동시에 출국금지했지만 아직까지 행적을 찾지 못한 상태.
이와 관련, K씨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S아파트 경비원은 “미국에서 왔다고 말하며 K씨의 아파트를 드나들던 중년 남자가 11월10일을 전후해 타고 다니던 뉴그랜저 승용차까지 내버려 둔 채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즉 최씨는 황급하게 도피하느라 차까지 버린 것이다.
결국 검찰은 최씨가 이미 도피한 후 뒤늦게 출국금지 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K씨도 12월말 DHL로 배달된 물건을 받은 후 “시골에 간다”며 사라진 것으로 보아 먼저 몸을 피한 최씨가 해외에서 K씨를 불러들이거나 적어도 K씨가 출국한 1월6일 위조여권을 이용해 동반 출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국방법 = 최씨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씨가 소지하고 있던 여권은 지난해 7월 미국 LA 총영사관에서 발급받은 ‘거주여권’이다. 최씨는 미국 영주권자나 이민자 등에게 내 주는 이 여권으로 지난해 10월께 한국에 들어 온 이후 출국한 기록이 없다.
또 한국이나 미국 어디에서도 여권 분실신고나 재발급 신고를 한 기록도 없다. 외무부와 각 구청 여권발급 관계자들은 “최씨가 영문 이름 알파벳을 바꾸는 방법으로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 이름과 생년월일 때문에 출국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위조여권 사용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따라서 여권브로커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들어 4월까지 김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적발된 위·변조 한국여권은 129개에 달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한국을 연결하는 여권 밀거래 및 위변조 전문조직이 많아 미국계 BOA은행의 홍콩지점에서 개설한 계좌를 송금통로로 이용한 최씨가 이들로부터 위조여권을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포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도 “예전에는 여권의 같은 면을 바꾸는 ‘창갈이’나 사진을 바꾸는 ‘사진갈이’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관인이나 문양 등 여권 일체를 감쪽같이 위조해 식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국의 경우 입국보다 여권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위조여권으로 출국한 내국인이 외국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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