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흑자 120억弗' 목표고수…정부, 자기 최면에 빠졌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흑자 120억弗' 목표고수…정부, 자기 최면에 빠졌나

입력
2000.05.13 00:00
0 0

‘무역환경은 날로 나빠지는데 120억달러 무역흑자 목표는 고수?’정부가 ‘이미 물 건너간’ 무역수지 흑자목표에 집착하며 알맹이없는 대책만 내놓자 정책결정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효성없는 얘기로 국민과 시장참여자들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주문처럼 시장에 대해 더욱 투명하고 솔직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역수지 실태 = 4월말 현재 무역수지 흑자는 7억7,000만달러. 정부 계산대로라면 연말까지 매달 13억달러의 흑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도 11일 현재 9억달러 적자다.

무역환경도 비관적이다. 50%대를 넘나드는 수입증가율에 비해 수출증가율은 갈수록 둔화, 지난 달에는 18%대로 내려앉았다.

환율은 무역 손익분기점을 위협하고, 원유 등 원자재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와 전망에 비춰볼 때 정부의 정책목표는 복권당첨에 거는 기대와 다를 바 없다. 반도체수출에서 대박이 터지고 국제원유가격이 폭락해야 무역수지흑자 120억달러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책의 허실 = 정부의 대책은 말그대로 “배고프면 밥먹어라”식의 원론적 수사(修辭)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대책인 에너지 절약과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연내 수지개선 대책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단기대책과 중장기과제를 호도한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또 컴퓨터 등 주력상품의 수출확대 방안도 그 자체가 목표이지 대책일 수는 없다.

유가 전망에서 드러난 무책임한 낙관론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국제 원유가 안정추세가 이어져 5월이후 유가 수입액이 감소, 월 5억~10억달러의 흑자요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연일 치솟아 3월 고유가 당시의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이 밖에 중동 플랜트 수주와 중국 서부지역 건설개발 사업수주 기대도 ‘자가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책 도그마 우려 = 경제전문가들은 ‘120억달러 흑자’가 정부의 이데올로기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인 등 시장의 반응에 지레 주눅이 들어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거시 경제지표가 합리적인 전망에 기초해 가급적 보수적으로 제시돼야 외환·주식시장 등 시장참여자들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최근 교역상황에서 보듯 경기확장기에 무역흑자를 기록한 예는 과거에도 없었다”며 “정부가 현실적 판단에 근거해서 경제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