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전면허용 이후 첫 실시된 고교 중간고사가 시험문제 유출과 출제문제 오류 등으로 인해 곳곳에서 재시험사태가 빚어지고 있다.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과외허용 이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학원-학교 검은 거래’에 대한 우려가 벌써 현실화하는 조짐이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 강남 D고◆
지난 9일 중간고사를 마친 이 학교는 모학원을 다니는 한 2학년 학생이 국어문제와 답안을 시험전에 다른 학생들에게 유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학교관계자는 “객관식 7문제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13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며 “유출경로를 파악중이지만 아직은 알아낸게 없다”고 말했다.
재학생 김모(17)군은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답안이 나도는 것을 보았다”며 “선생님이나 학원이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학교마다 족집게 강사가 있다고 들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서울 강북 K고◆
12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과목 재시험을 치른 K고는 문제 20문항이 모두 유출된 케이스. 교사가 출제중이던 시험문제를 한 학생이 학교 LAN망을 통해 우연히 발견, 자신이 다니는 학원 강사에게 E-메일로 전송했다.
학원강사로부터 예상문제 수업을 받은 이 학교생 8명은 4일 예정대로 치른 시험에서 문제가 똑같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학교 관계자는 “출제교사의 관리소홀로 문제가 유출됐다”며 “시험문제를 고의로 외부로 흘리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 S여고◆
이 학교는 지난 8일 2학년 자연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과목에 대해 재시험을 치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학교 교사는 “정답이 없는 1문제등 2개문항에서 잘못이 드러났고 시험감독선생님이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일부학급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 재시험을 치렀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타 사례◆
아직 재시험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이밖에도 시험문제 유출의혹과 출제문제의 오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의혹을 받고있는 서울 강남 K고의 2년생 박모(16)군은 “모학원에서 수학과목 마지막 주관식문제 답안을 가르쳐줬다”며 “그 문제는 수학선생님이 예전에 교과서 밖에서 나오는 어려운 문제라고 귀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김모(17)군도 “문제의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학원강사가 외워두라는 만단위 숫자를 통째로 암기했더니 그게 수학 마지막문제 답안이었다며 우쭐댔다”고 전했다.
한편 B고관계자는 “1학년 중간고사 수학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돼 우등생들이 피해를 봤다”며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 13일 수학담당교사회의를 거쳐 재시험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강훈기자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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