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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잇단 재난에 '민족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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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잇단 재난에 '민족최대 위기'

입력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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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폭설, 혹한, 구제역 그리고 이번엔 기근…‘징기스칸의 나라’ 몽골이 계속된 최악의 재난으로 국가의 존립 자체가 휘청이고 있다. 몽골의 재해는 지난해 여름의 가뭄에서 시작됐다. 몽골의 초원은 보통 여름과 가을에 가축들을 먹일 풀로 가득차게 되고 이때 목동들은 건초를 비축해 두는데 갑작스런 가뭄으로 초원이 빈약하게 된 것이 비극의 발단이 됐다. 9월이 되자 30년만에 몰아닥친 영하 45도의 강추위와 광범위한 지역에 내린 폭설로 동사자가 속출했고 유목민들이 가축을 먹일 풀을 미처 마련하기도 전에 폭설이 목초지를 덮쳐 양, 염소 등 가축 약 200여만 마리가 아사 또는 동사했다.

몽골 국가비상위원회(SEC)에 따르면 몽골 국민 240만명중 약 80만명에 이르는 유목민은 현재 심각한 식량난과 함께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몽골의 축산업은 가계의 주수입원이며 유일한 외화 획득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달 동남부지역에서 치명적인 구제역이 발병함에따라 몽골당국은 1일자로 계염령을 선포하고 이의 확산을 막기위해 소 1만 8,000마리를 도살하도록 지시했다. 구제역이 발병한 동남부 도르노그주를 외부와 차단했지만 지난달 30일 이래 소 등 가축 170마리가 사망했고 이미 구제역에 감염된 1만 7,758마리도 현재 도축이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잇단 재해로 가축 320만마리 중 200만마리 이상이 죽고 살아남은 가축들은 이제 구제역으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주거용 천막인 게르 근처에서 썩어가는 가축의 사체를 보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앞으로 여름비가 다시 초원을 적시게 될때까지 나머지 가축들이 계속 죽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몽골 어린이 5명 중 1명 영양실조, 3분의 1은 비타민D 부족 구루병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비상위원회는 모든 솜(면단위)에 지시, 난민들을 위한 간이 수용소 운영 및 무료 의료치료를 실시하고 국립의약회사인 몽골임펙스도 노인들을 위한 영양보충을 위해 인플루엔자 등 필수약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번 재앙을 넘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2월부터 51만달러를 목표로 구호기금을 모금을 시작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구호품들이 일부 유용되고 있어 이재민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현재까지 구조기금 2만 3,00달러를 재난지역에 지원한 몽골 적십자사는 국가비상위원회가 현재의 구호노력을 형편없이 조정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실정이다.

몽골 국민들은 올 여름을 굶주림속에 더텨야만 형편이다. 유목민들은 특히 가축에 의존, 밀가루와 쌀 등 바꿔왔는데 대부분의 가축들이 새끼 조차 낳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원에서 2000여년을 살아오며 한때 전 세계를 석권하기도 했던 몽골이 지금의 민족 최대위기를 어떻게 견뎌낼지 주목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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