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가 11일 우리나라의 수입쇠고기 분리판매 등에 대해 농업협정 위반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자 정부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1일부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되기 때문에 이번 잠정보고서가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쇠고기 유통질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DSB의 잠정보고서가 지적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수입쇠고기를 전문 판매점에서만 분리 판매하도록 한 것이 차별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축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허용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전문 판매점 제도는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지 못하게하는 불가피한 조치일 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현재 국내 수입쇠고기 전문 판매점은 5,000여개로 일반 판매점(5만여개)의 10% 수준이다. 문제는 한우가격이 수입 쇠고기보다 1.5배 정도 높아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하고, 분리 판매도 못하게 되면 유통질서는 더욱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잠정보고서에 대해 오는 24일까지 이의신청을 해 최종 보고서에 우리 정부 입장을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또 최종 보고서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상급심(appellate body)에 상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종보고서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만 수입 쇠고기를 분리 판매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유통질서를 선진화해 둔갑 판매를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수입쇠고기 분리 판매를 못하게 될 것에 대비, 유전자 정보를 통한 축산물 원산지·공급경로 추적시스템 개발과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단속 및 처벌규정 강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보조금은 계산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WTO 규정상 보조금 지급은 총 축산물 생산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를 낼 때 전년도 축산물 생산액을 기준으로 그 해의 보조금을 비교하기 때문에 10%가 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당해년도 생산액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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