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를 쫓는 한국영화해마다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극장 앞에는 만국기가 걸린다. 올해에야 태극기도 그 속에 섞일 수 있었다. 장편 본선 경쟁작에 한번이라도 진출하면 칸영화제는 그 나라 국기를 매번 건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본선경쟁 부문에 진출하자 어느 영화인은 “칸영화제가 드디어 잡혔다”고 소리쳤다. 이제 더이상 칸영화제가 남의 잔치가 아닌 것이 됐다. ‘춘향뎐’ 외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감독주간에,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 주목할만한 시선에,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가 비평가주간제에 올랐고, 유철원의 ‘우산’까지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해 거의 모든 부문에 한국영화가 선을 보인다.
홍상수 감독은 주목할만한 시선에 벌써 두번째이고, 단편 경쟁 역시 지난해 송일곤의 ‘소풍’(심사위원상)에 이어 두번째 수상을 노린다. 그만큼 할리우드 공세로 자국 영화가 대부분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국 영화의 성장은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번 칸영화제의 마켓도 한국 영화로는 그 어느 때 보다 ‘외화 수입장’에서 ‘파는 곳’으로의 기대가 크다. 영화진흥위원회는 5,000만원을 들여 한국영화 종합홍보관을 차렸다. 튜브엔터테인먼트, 명필름 등이 그곳에 들어갔다. 홍보 코너는 외국 수입업자들과 한국 영화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영화제 홍보 코너도 있다. 미로비젼과 CJ엔터테인먼트, 강제규필름, 시네클릭은 아예 독자 부스를 마련해 자체 수출에 나섰다. ‘쉬리’ ‘섬’ ‘텔 미 썸딩’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10여편이 현지 마켓시사회를 가진다. 여기에 지난해 수정 보완작업을 끝낸 심형래의 ‘용가리’까지 가세해 마켓에 나간 한국 영화는 50여편이 넘는다.
그중 29편을 맡은 미로비젼의 채희승 대표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칸 마켓에서 한국영화 수출은 ‘용가리’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그나마 1만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질 것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 작품도 대중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 수출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수상과 수출의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한국 영화. 그것이 꿈이 될지, 현실이 될지는 21일이면 나온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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