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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앞서가는 현장

입력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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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진고 1학년 학생들은 작년 9월 독특한 시험을 치렀다.‘자체 학력인증검사제도’로 명명된 이 시험은 영어와 수학에서 출제하는데 80% 가량의 학생이 학교측이 요구한 인증 기준을 통과했다.

대다수 학생이 통과할 정도로 쉬운 시험을 굳이 도입한 목적은 간단하다. 교실 뒤켠에서 책상에 ‘코를 박은’, 이른바 ‘대포생(대학진학 포기생)’을 한 명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인증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20%의 학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음 시험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는 방과후 담임교사가 특별지도하는 등 학력관리가 뒤따른다. 대진고측은 앞으로 시험을 3등급으로 나눠 2,3학년생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공교육은 열등생이라고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시험을 도입한 이남정(李南政) 교장의 설명이다.

공교육 붕괴 우려가 무성하다. 열악한 교육환경, 여전한 과밀학급, 전무한 동기 부여…. 과외 해금을 계기로 새삼 되짚어본 학교교육은 “어느 것 하나 사교육보다 유리할 것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여건 속에서도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고민하는 학교와 교사들은 많다. 이들은 “여건 탓만 하고 팔장을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공교육을 살려내기 위한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감 회복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사의 말처럼 “공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라벌고도 최근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인터넷을 활용해 학생과 교사를 방과 후에도 ‘끈끈하게’연결하려는 것이다. 교사들이 땀을 흘려 과목별로 교과를 재구성한 자료와 수능 관련 등 각종 시험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좀 더 돈을 들이고, 좀 더 내용을 보완해 완벽한 재택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학교측의 의지다.

또 하나. 이 학교는 ‘사제동행’이라는 특이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별로 등산과 고적답사 등 어떤 형태로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을 권장한다. 반 전체가 움직이는 소풍 형태가 아니라 ‘문제학생’ 몇 명과 교사가 ‘주말을 낚시터에서 함께 보내보는’식이다. 사제간에 신뢰를 쌓고 학

교에 나오는 것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 강북에서 높은 진학률을 뽐내는 선덕고의 사례도 관심을 끈다. “교사가 학생에게 열의를 보여주고 학생들은 신뢰를 준다면 사교육은 존립할 이유가 없다”는 게 학교측의 지론이다. 그러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매시간 쪽지시험을 보이고 반복학습을 권장한다.

물론 이들도 ‘현실’의 벽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외 해금을 계기로 공교육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정부의 대책을 일단 기대해보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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