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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홍콩 감성 멜로와 일본 중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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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홍콩 감성 멜로와 일본 중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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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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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동또 다시 홍콩 멜로영화다. ‘첨밀밀’ ‘친니친니’ ‘유리의 성’ ‘성원’에 이은 ‘심동(心動)’. 홍콩영화는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느와르 배우들의 이탈과 액션배우의 노쇠에 따른 고육책이 아니다. 홍콩영화는 아시아, 좁게는 일본과 한국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무대도 홍콩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든 일본까지 넓히고 있다. 그 전략은 먹혀 들었다. 깨끗한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와 깔끔한 영상, 곳곳에 계산된 장치로 증폭시킨 동양적 순애보에서 여성 관객들은 때론 유치하다 하면서도 그곳에 빠져 자신을 정화시킨다.

그렇다고 홍콩 멜로물이 단순히 자기복제의 그럴듯한 포장만으로 버티지는 않는다. 만남과 운명적 이별과 후회와 추억이란 멜로물의 공식은 여전하지만 끝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심동’(13일 개봉)을 보면 알 수 있다. 운명처럼 찾아온 20년 전 첫사랑의 회한을 소루(장애가)는 영화 제작이란 틀을 통해 서술한다. 여고시절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와 친구 첸리(막문위)의 질투로 헤어진 한 남자와의 긴 이별과 해후.

감독인 장애가는 영화 속에 감독으로 등장해 시나리오 작가와 대화를 통해 추억의 과장과 덧칠을 스스로 제거한다. 그것이 오히려 회상 속에 그려지는 소루(양영기)와 호군(금성무)의 짧은 행복과 긴 아픔의 시간들을 신파가 아닌 현실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끌어올리곤 한다. 과거 일이 너무 드라마적이어서 관객들조차 상투적이라고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이야기를 끊고는 나타나 그런 의문을 스스로 제기하는 감독의 섬세하고 계산된 연출. 같은 인물을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어색함을 마치 영화 속 영화에서 연기하는 배우처럼 느끼게 하고 희석시키는 솜씨에서 홍콩 멜로물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쉘위댄스

한편 일본영화는 중년을 응시한다. 그것은 시대상황이 가져온 운명이기도 하다.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에서 정체성 혼란이 젊은이들의 문제라면, 고도성장의 일본에서는 중년들이 그 짐을 떠안고 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인생. 그러나 어느날 문득 뒷전으로 물러나 있거나, 물러나야 하는 자신을 발견한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생각한다. ‘철도원’이, 야쿠자의 폭력미학으로 치장한 ‘소나티네’도 그렇다. 그리고 ‘쉘 위 댄스’(13일 개봉)가 찾아왔다.

젊음을 바쳐 이뤄놓은 소시민의 안락한 삶에 익숙한 대기업 과장 스기야마(야쿠쇼 고지)의 춤은 정열도 타락도 아니다. 중년이면 찾아오는 허전하고 무료한 삶을 달래주는 비일상의 세계이다. 비일상으로의 이탈은 규칙적이고, 규범적인 사회를 풍자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파괴하지 않는다. 댄스교습소의 아름다운 춤선생에 대한 연정으로 춤을 시작한 스기야마가 그 속에서 발견한 것은 누구나 감춰놓은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서로 보듬어줄 때 일상 또한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1996년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을 휩쓸었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소시민에 대한 애정은 한 중년의 위기를 이처럼 작은 이탈이 주는 즐거움과 활력으로 씻어버린 뒤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남편의 춤바람에 불안해 하며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던 아내에게 “그동안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며 손을 잡고 딸 앞에서 춤을 가르치는 스기야마. 영화는 파괴적이지 않은 일상의 이탈을 통해 오늘의 일본사회를 떠받치는 소시민의 일상과 가족의 존재를 더욱 소중하게 드러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미국과 한국이라고 그 마음이 다를까.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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