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고 인적자원 개발 및 관리를 교육부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를 준경제부처로 탈바꿈시켜 성장 엔진의 운전기사를 육성할 책무를 맡긴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교육부로서는 자축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또 경제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축하를 보내기전에 걱정이 앞선다. 과연 우리의 교육부가 준경제부처로서 소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난 일은 그만두고 최근에 교육부에서 제시한 정책방안을 살펴보자.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세를 확충하겠다, 재정자금으로 저소득층의 과외비를 지원하겠다, 고액 과외를 색출하겠다 등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재정확보 수단으로 목적세는 가급적 피하려는 것이 일반 원칙인데 이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다. 또 재정지출은 결과 뿐 아니라 목적과 수단도 형평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점도 고려했는가. 고액과외라면 경제적으로 계산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산정하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경제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다른 경제재와 달리 소비재와 투자재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배운다는 것,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 자체가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소비재이며 미래수익을 기대해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에서 투자재인 것이다.
이번 개편안을 보면 교육을 투자적 성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정부가 밝힌 ‘인적자원개발’이라는 용어 자체도 어설프다. 우리나라에서 투자는 ‘자본형성’이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따라서 ‘인적자본형성’이라는 용어가 투자를 나타내는 우리의 경제용어이다. 자원개발이라는 용어에는 ‘유전개발’ ‘수자원개발’ 등 부존자원을 발견해 이용하는 소극적 자세가 깔려있는 반면 자본형성은 생산성을 증대시키기위해 새로운 혁신, 새로운 발명을 하는 적극적 자세로 이어진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명백하다.
자본형성은 물적자본형성과 인적자본형성으로 분류된다. 가까운 장래에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물적 자본은 현재 가시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인적 자본은 장래에 생산성을 발휘하므로 먼 장래를 현재화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가오는 세계의 전개과정에 대해 예지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조심스럽다. 자기의 지식이 어느 날 갑자기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40∼50대 인력의 상당수가 컴맹으로 소외돼가고 있지만 그들이 교육받을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이 도래하리라고는 전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과거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현재 그들은 소리없이 퇴출되고있다. 이는 누구도 예기치 못한 현상의 결과이다.
다른 한편 정부의 정책적 오류로 개인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농 후계자의 육성 정책이 개인에게 얼마나 커다란 피해를 주었는 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와중에서 이제 교육부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을 맡게됐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거함의 조타수 역할을 맡은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교육부의 조직이나 인력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든다. 자축 이전에 교육부는 대대적인 자체수술과 자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성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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