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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 천금보다 값졌던 계란 10개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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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 천금보다 값졌던 계란 10개의 선물

입력
200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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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일이다. ‘6시 내고향’ 취재차 강릉에 들렀을 때 그 외곽의 한 농가에서 정신박약아인 여덟살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한 아버지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는 숫돌이 든 나무통을 지고 동네동네를 다니는 칼갈이였다. 아내가 7년 전에 가출하기 전부터 그는 칼을 갈았는데, 하루 종일 버는 돈이 당시 2,000원 쯤 되어 보였다.아이를 따로 볼 사람이 없었기에 그는 딸을 데리고 돌아다녔다. 그 역시 정신박약 증세가 있었지만, 숫돌을 쌩쌩 돌려가며 꼼꼼하게 칼을 갈았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불쌍한 아저씨’여서 칼을 내주기도 했지만, 칼 가는 솜씨 또한 괜찮다는 것이 시장 사람들의 증언이었다. 대충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차에 오르는 우리를 잠시 잡아둔 그가 부리나케 가게로 뛰어 가더니 계란 10개를 사왔다. 그의 하루 벌이와 계란값을 얼른 계산해 보니 선뜻 받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어서 손을 내저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계란을 차에 우겨 넣는 것이었다.

그날 대관령을 넘어 오다가 우리는 폭설을 만나서 무려 15시간을 갇혀 버렸다.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 못 먹고 기진맥진할 때 쯤 구석에 박혀 있는 계란 10개가 보였다. 취재팀은 공평하게 두 개씩의 날계란을 깨 마셨다. 목마름과 허기가 동시에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받는 선물이란 게 대개는 보통의 필요를 넘어서는 약간 사치한 것이거나,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것일 경우가 많다. 10년전의 계란 10개…. 내가 기억하는 선물 중에 가장 요긴하게 쓰였던 선물이었다. 강릉의 그 칼갈이 아저씨가 계속 칼을 갈고 있다면 그 아저씨를 다시 한번 취재하고 싶다.

/서재석·KBS TV1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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